제일모직이 세계 일류 소재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패션사업을 에버랜드에 넘긴다.

제일모직은 23일 이사회를 열고 패션사업을 삼성에버랜드에 양도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총 양도가액은 1조500억원이다. 오는 11월 1일 주주총회를 거쳐 12월 1일자로 패션사업의 자산과 인력 등이 모두 이관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제일모직이 보유한 갤럭시·로가디스(남성), 구호·르베이지(여성), 빈폴(캐주얼)등 패션 브랜드는 모두 삼성에버랜드가 가져가게 된다. 추후 사명이나 브랜드명이 바뀔 가능성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제일모직은 패션사업 양도로 확보된 투자 재원을 통해 전자재료, 케미칼 등 소재사업을 중심으로 사업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1954년 설립돼 직물사업을 시작한 이래 1980년대에는 패션사업, 1990년대에는 케미칼사업에 진출했다. 2000년부터는 전자재료사업을 신수종사업으로 육성해 왔다.

특히 2010년부터는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의 핵심 재료인 폴리카보네이트 생산라인 증설, 액정표시장치(LCD)용 편광필름 제조업체인 '에이스디지텍' 합병 등의 투자를 통해 소재사업 경쟁력 강화에 주력했다.

지난 해 기준으로 소재사업은 회사 전체 매출액의 70%를 차지하는 주력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8월에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사업의 역량 강화를 위해 세계적인 OLED 소재업체인 독일의 '노바엘이디'를 인수하기도 했다.

박종우 제일모직 소재사업 총괄사장은 "이번 패션사업 양도 결정은 제일모직이 글로벌 소재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핵심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공격적이고 선도적인 투자를 통해 차세대 소재의 연구개발과 생산기술의 시너지를 획기적으로 높여 선도업체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주화 패션사업 총괄사장은 "패션은 소프트 경쟁력이 중요한 사업"이라며 "리조트와 레저사업 등을 통해 소프트 경쟁력을 확보한 삼성에버랜드가 패션사업을 맡게 돼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삼성에버랜드 측은 패션사업 양수를 통해 기존 레저 사업과의 시너지를 창출하고 수주업 중심의 사업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