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들고 가자" 개인·기관 "털고 가자"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16일 국내 증시는 다시 오름세를 탔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와 18일 벤 버냉키 Fed 의장의 기자회견 등 굵직한 이벤트가 예정된 긴 연휴를 맞아 국내 투자자들은 경계심을 감추지 못했으나 외국인들은 상승에 ‘베팅’했다. 추석 이후 주식시장이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다.

○외국인 ‘공격’ vs 기관·개인 ‘방어’

지난 12일과 13일 숨고르기를 거친 코스피지수는 이날 19.05포인트(0.96%) 상승한 2013.37로 뛰어올랐다. 외국인이 작년 11월29일~12월26일(18거래일 연속) 이후 최장 기간인 17일 연속 순매수에 나섰다. 외국인은 이날 정보기술(IT)과 자동차를 중심으로 5098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반면 기관은 2043억원, 개인은 2863억원어치를 팔며 8거래일째 동반 매도에 나섰다. 국내 증시가 쉬는 동안 주요국 경제지표가 잇따라 발표되고, 미국 FOMC 회의(17~18일)에 독일 총선(22일)까지 글로벌 증시 변동성에 영향을 미칠 변수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일단 불확실성을 피하고 보자는 움직임으로 해석됐다.

박중섭 대신증권 선임연구원은 “이번주 나올 미국의 경제지표는 전망을 소폭 밑돌겠지만 유럽과 중국 지표들이 좋게 나올 것으로 예상돼 주식시장의 큰 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美 양적완화 축소 중립 혹은 호재”

연휴 기간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여부다. 전문가들은 시장에서 거론되는 몇 가지 시나리오 중 Fed가 국채 매입 규모를 월 100억달러 이상 줄이는 ‘강수’를 두지 않는 이상 국내 증시에는 어느 쪽이든 호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Fed가 국채 매입 규모를 줄이더라도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불확실성은 해소되고 증시 충격이 없는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반면 이번 회의에서 결정을 미루거나, 명확한 수치 없이 가이드라인만 제시할 경우에도 불확실성은 남아있지만 주식시장에는 ‘시간을 벌었다’는 안도감과 함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시나리오별로 일희일비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예상보다 강한 수준의 양적완화 축소가 단행된다면 그만큼 경기가 좋다는 뜻이어서 매수 기회로 삼을 만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연휴 이후 더 산다”

미국 FOMC 회의 결과에 따라 해외 증시가 한 차례 출렁일 수 있지만 국내 증시는 휴장에 따른 완충 효과로 연휴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 대세다. 원동력은 역시 외국인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금 한국 주식을 매수하는 외국인은 양적완화 축소 이후를 대비해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이라며 “연말로 갈수록 글로벌 경기 회복과 기업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질 것으로 예상돼 매수 규모는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아직 보유 주식을 정리하지 않은 투자자라면 과감하게 들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조 센터장은 “일단 외국인 매수세가 주춤할 때까지는 외국인과 같은 방향성으로 움직이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강지연/김동욱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