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이 무슨 처세 바이블이냐?
‘인문고전을 읽자’고 주장하는 책이 17만부나 팔리고, 서울 각 구청 등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인문 강좌를 경쟁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위기라던 한국 사회의 인문학이 살아난 것일까.

오창은 중앙대 교양학부 교수(문학평론가)가 이 같은 한국의 인문학 열풍을 비판한 책 《절망의 인문학》(이매진)을 펴냈다. 그는 이 책에서 오히려 “자기계발의 논리가 인문학으로 둔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세상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주체성을 강화하는 것이 인문학인데, 오히려 인문학을 통해 세상의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는 식의 논리로 뒤바뀌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한국 사회에서 인문 고전이 인기 있는 이유는 선인들의 지혜를 통해 인생의 깊이를 더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처세를 배우고 나아가 사회적 성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는 문학 역사 철학 강좌를 줄이고 ‘골프와 비즈니스’ ‘취업 역량 계발’ 등의 교양 과목을 확대하고 있는 대학 내 인문학 고갈을 비판한다. 이 같은 현상은 인문학을 연구하기 힘든 대학 내 상황을 만들고 한국 인문학이 사회 비평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어렵게 한다. 이는 문학 역사 철학 등의 깊이가 있는 인재를 원하는 취업 시장의 최근 트렌드에도 맞지 않는다. 오 교수는 절대복종의 위계질서가 뿌리 박힌 한국 대학원 사회의 현실과 연구 성과를 정량화하는 정부의 학문 지원 시스템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