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 인터뷰] 이재철 하나은행 법조타운골드클럽 PB센터장 "이머징국가 채권 팔고 선진국 주식 사라"
“미국의 출구전략이 조기에 시행되면서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매우 커졌습니다. 당분간 예금은 만기가 짧은 상품 위주로, 채권보다는 주식 투자를 늘리는 게 유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재철 하나은행 법조타운골드클럽 프라이빗뱅킹(PB)센터장(44·사진)은 “시장이 급격한 변동을 거듭했지만, 요즘 들어 내성이 커지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갈 곳을 찾지 못해 대기하던 시중자금들이 다시 적극적인 투자 쪽으로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1997년 입행해 신탁자금운용,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등을 거친 이 센터장은 2009년부터 3년 내리 우수 PB상을 받은 실력파 PB다.

그는 “출구전략이 가시화되면서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장 기본적인 재테크 수단인 정기예금은 만기를 짧게 가져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만기가 6개월이 안 되는 짧은 상품들에 분할가입하라는 얘기다. 지금 장기상품에 가입했다가 본격적으로 금리가 상승할 때 제대로 갈아타지 못하면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출 금리가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변동금리가 유리하다는 게 이 센터장의 진단이다. 그는 “변동금리 일색이던 예전과 달리 고정금리와의 장단점을 꼼꼼히 따져보는 사람이 늘어난 것은 바람직한 변화”라면서도 “아직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높아 섣불리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이머징 국가 등의 채권에 투자했다면 손절매를 해서라도 이른 시일 내 빠져나오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이머징 국가의 주식이나 채권은 그간 적잖은 이익을 돌려줬지만 당분간은 회복하기가 쉽지 않아 ‘리밸런싱’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하이일드펀드의 경우 ‘눈높이’를 낮출 수 있다면 환매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연 10%를 웃돌던 하이일드펀드 수익률이 6~8%로 낮아진 탓에 신규 가입자가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예금보다 높은 이자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팔아야 할 시점은 아니다”는 설명이다.

이 센터장은 지금은 다시 ‘주식’으로 눈을 돌릴 때라고 강조했다. 특히 “선진국 주식이 좋아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으며 시중자금도 그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증시는 부진한 다른 이머징국가들과 달리 선진 주식시장의 강세 흐름에 편승할 수 있을 것이라며 거액 일시납 상품보다 월이자지급식 주가연계증권(ELS) 등의 수익률이 높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거액자산가들은 절세도 좋지만 수익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 분리과세 혜택이 있는 각종 채권형 상품도 금리 상승추이까지 감안하면 ‘절세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차명거래에 대한 과세가 강화되고 있는 점도 ‘수익’에 더 집중해야 할 이유로 꼽았다.

부동산 경기는 더 이상 장기침체가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상당 기간 저점에서 횡보하면서 대기성 자금이 많이 쌓였다는 설명이다. 그는 저금리 기조를 감안해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자산가들이 점차 늘고 있다는 현장의 소식도 덧붙였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