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미국 중앙은행(Fed·연준)이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하더라도 외환 시장 등 한국 시장은 경제여건(펀더멘탈)이 튼튼하기 때문에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한 뒤 "다만 어떻게 변화할 지 몰라 경계심을 낮출 수는 없다"고 전했다.

오는 17일과 18일 열리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의 결과에 따라 실제 국제 금융시장이 반응할 것이라 주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9월 FOMC에서 양적완화 축소 시기와 규모 등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총재는 FOMC 결정에 시장이 매우 예민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어, 연준이 이를 고려해 축소 규모를 정할 것으로 봤다.

양적완화 축소에도 한국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적을 것으로 보는 이유는 18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 등 한국의 경제여건을 세계에서 좋게 보고 있기 때문이란 판단이다.

김 총재는 "경제성장률 자체도 아직 잠재 성장률에는 못 미치지만 올 2분기 1.1%를 기록하는 등 강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이같은 상황이 한국 시장을 안정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탄탄한 한국 경제의 상황을 감안하면 신흥국의 금리인상 흐름에도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기준금리를 인상한 나라들은 자본 유출의 위협이 있었다"며 "현재 한국은 경제상황이 달라 이들과 같이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의 우려와 달리 김 총재는 올 4분기 경제성장률이 급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세수가 걷히지 않는다고 하는데 정부는 예상대로 걷히고 있다고 하고 하반기에도 당초 계획대로 간다고 한다"며 "재정지출 감소로 4분기 경기가 급속히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의 성장세도 예상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총재는 "성장세가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은 경로로 가고 있다"며 "한국은행의 전망은 현재까지 유효하다"고 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올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로 높인 바 있다.

그는 "한국은 기본적으로 수출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며 "현재 프랑스 일본 등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성장률을 회복했고, 미국과 독일 등은 금융위기 전보다 3~4% 더 높다"고 전했다. 수출 관점에서 성장 여건이 불리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금통위는 이날 9월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2.50%로 유지키로 결정했다. 지난 5월 0.25%포인트 인하한 뒤 네 달째 '만장일치 동결'이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