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서 사실상 '매도' 의견도 등장…IM 사업부 수익성 우려 여전

장밋빛 일색이었던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국내 증권사 중에서도 현재 주가보다 낮은 목표주가를 제시해 사실상 '매도' 의견을 내놓는 곳이 나왔다. 외국계 증권사에서는 종종 있었지만 국내 증권사가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에 대한 부정적 의견은 극히 드문 일이다.

대다수의 국내 증권사들은 그러나 여전히 삼성전자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유효하다며 긍정적인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흔들리는 장밋빛 기대…사실상 '매도' 의견도 나와

이트레이드증권은 9일 삼성전자에 대해 스마트폰시장이 성숙단계에 접어들면서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시장수익률)'로 하향조정했다.

목표주가 역시 기존 175만원에서 135만원으로 낮춰잡았다. 신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가 이날 종가인 137만3000원보다 낮기 때문에 사실상의 '매도' 의견인 셈. 올해 투자의견을 제시한 증권사 중에서도 삼성전자에 대해 '중립'을 제시한 곳은 이트레이드증권이 유일하다.

김지웅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산업은 보급화 단계에서 경쟁 심화로 수익성 악화와 구조조정 과정이 산업 전체에 걸쳐 진행될 것"이라며 "삼성전자도 2분기에 나타난 재고 증가가 3분기에 원가율 부담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의 경우는 부정적 의견의 보고서가 종종 있었다. 지난 7월 29일 UBS증권은 이트레이드증권과 비슷한 이유로 삼성증권의 목표주가를 기존 210만원에서 170만원으로 낮췄다. 업종 내 최선호주에서도 제외했다. JP모건은 지난 6월7일과 7월28일 두 차례에 걸쳐 목표주가를 150만원까지 하향했다.

이트레이드증권이 국내 증권사로는 드물게 삼성전자에 대해 투자의견 '중립' 등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한 배경은 앞서의 두 외국계 증권사와 비슷하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 단계로 진입, 이전과 같은 고성장·고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 때문.

김 연구원은 "정보기술·모바일(IM) 사업부의 수익성 둔화에 따라 내년도 전사 영업이익 규모는 31조1000억 원가량으로 올해 예상 실적 대비 17% 감소할 것"이라며 "순이익 또한 26조원가량으로 올해 추정치 30조5000억원 대비 15% 줄어들 것"이라고 추정했다.

◆'소폭' 낮아진 눈높이…영업익 10조원 돌파에 이목 집중

그러나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대하며 '긍정적'인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같은날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어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진투자증권 역시 지난 6일 보고서를 내고 3분기 영업이익이 10조3500억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추정한 삼성전자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8.56% 오른 10조2759억원이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25% 증가한 60조1358억원.

한 달 전 영업익 추정치인 10조2772억원에 비해 0.01% 가량 줄었다. 증권사들의 실적 개선에 대한 관점에는 큰 변화가 없는 셈이다.

증권가는 반도체의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 송종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메모리의 실적 성장으로 3, 4분기 반도체 영업이익은 각각 2조5000억, 2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최근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공장 화재로 인해 D램 가격이 급등한 것도 삼성전자에는 긍정적인 재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10조원 돌파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영업이익 9조5300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10조원 시대'를 열 것이란 기대감이 워낙 팽배했던 터라 ‘빛 바랜 실적’이란 평가가 많았다.

한경닷컴 이지현·이민하 기자 edi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