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전문가들 사이에서 주가가 하락했지만 연말 배당금을 오히려 늘리거나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배당주를 주목할 만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저가에 매수하면 연말 배당 수익률이 4~5%를 넘는 ‘황금 고배당주’ 투자가 되기 때문이다. 주가 하락으로 배당 매력이 돋보이는 ‘귀한 몸’이 된 배당주가 늘어났다는 분석도 있다.
9일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안정적인 영업이익과 배당성향을 갖춘 종목 중 예상 연말 배당수익률(9일 종가 기준)이 4~5%에 이르고, 수익률이 지난해보다 좋을 종목으로는 에쓰오일, KT, 기업은행, 신도리코, KT&G 등이 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2200원을 배당해 수익률 2.1%를 냈다. 9일 에쓰오일 종가는 7만8300원으로 마감해 지난해 말(10만4000원)보다 24.71% 하락했다. 반면 하나대투증권이 예상한 올 연말 배당금은 주당 4350원으로, 현 주가 수준에서 예상수익률은 5.55%다.
KT&G는 배당금 자체가 증가할 가능성은 낮지만, 주가 하락으로 배당수익률이 올라가는 경우다. KT&G가 올해에도 지난해와 같은 배당 수준(주당 3200원)을 유지한다면 예상 수익률은 4.3%로 지난해(3.83%)와 앞자리수가 달라진다. KT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5%대 수익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하나대투증권은 기업은행과 신도리코가 올해 배당금을 지난해보다 올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예상 수익률도 높아질 것으로 봤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 하반기 경기 회복이 쉽지 않아 박스권 장세를 예상하는 투자자들은 경기민감주보다 우량 고배당주 저가 매수가 적합하다”며 “배당 수익률이 높은 종목 주가 하락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낙폭이 큰 고배당주 투자에 좋은 시기”라고 말했다.
배당을 받은 뒤에도 고배당주를 보유할 계획이 있다면 배당 매력뿐 아니라 향후 시세 차익까지 가능한지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NH농협증권은 3년 연속 현금배당을 실시한 종목 중 배당수익률이 좋고 시가총액이 일정 수준 이상이며, 현재 주가 수준에서 가격 매력이 있고 향후 주가 상승 여력이 있는 15개 종목을 추천했다. 대형주 중에서는 포스코, SK텔레콤, KT, KCC, 한국가스공사, 중소형주 중에서는 동서, 지역난방공사, 휴켐스, 한국쉘석유, 율촌화학, 한미반도체, 유성기업, 상신브레이크, 수출포장, 나이스정보통신 등이다.
박선오 NH농협증권 연구원은 “배당 성향이 좋고 향후 실적 전망이 양호한 종목 투자는 강세, 정상, 약세장 모두에서 평균적으로 시장 수익률보다 우수했다”며 “약세장일 때는 단순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 투자 수익률이 더 높지만, 정상·강세장에서는 향후 실적 등까지 감안한 배당주 투자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배당주 투자를 이달 시작해 내년 초 배당을 받은 뒤 내년 4월께 결산실적을 보고 투자 유지를 결정하는 장기 전략이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