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에 있는 에이치알지그룹은 헤드헌팅·컨설팅·기업교육 등 세 가지 사업을 하는 업체다. 이들 모두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전동호 사장(47)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질 좋은 서비스를 통해 고객사의 경쟁력을 높여준다는 데 사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핵심은 인재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인재란 무엇일까.
전동호 에이치알지그룹 사장(왼쪽)이 서초동 본사에서 이종선 상무와 인적자원분야에서의 서비스 향상방안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  / 김낙훈 기자
전동호 에이치알지그룹 사장(왼쪽)이 서초동 본사에서 이종선 상무와 인적자원분야에서의 서비스 향상방안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 / 김낙훈 기자
“사장님, 스펙만 너무 따지지 말고 성실하면서 능력 있는 사람을 한번 보시면 어떻겠습니까.”

HRG그룹, 변호사·회계사·MBA 등 5만명 인재풀…'헤드헌팅' 강자 도전
서울 서초동에 있는 에이치알지그룹의 헤드헌터들은 종종 고객사에 이런 제안을 한다. 중견기업이 임원급이나 부서장급을 채용할 때 ‘좋은 스펙’을 찾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명문대나 경영대학원 출신을 선호하기도 한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좋은 학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는 것을 밖에 보여주기 위한 경우도 있다. 상장을 염두에 둔 기업일수록 이런 스펙을 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 하나는 스펙이 좋으면 일도 잘 할 것이라는 후광 효과다. 하지만 이 회사의 헤드헌터들은 생각이 다르다. 전동호 사장은 “우리 회사 역시 하버드나 스탠퍼드 등 미국 굴지의 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딴 사람들이나 변호사 등 고급 인재풀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됨됨이와 능력, 그리고 열정”이라고 강조했다. 사람을 추천할 때도 학벌을 배경으로 몸값을 많이 받으려는 사람은 가급적 제외한다. 어떤 자세로 얼마나 열정적으로 일할지 파악한 뒤 사람을 추천한다.

이는 직장 경험에서 터득한 것이다. 강원 영월군에서 태어나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전 사장은 삼성물산 의류부문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30대 중반일 때 중견 의류업체에서 “임원으로 와달라”는 스카우트 제의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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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분야 상품기획자로 잔뼈가 굵은 그에게 스카우트 손길을 내민 기업은 한두 개가 아니었다. LG패션 세계물산 등을 거친 그는 20년 가까이 상품기획 업무에 종사한 뒤 5년 전 독립했다. 그가 세운 에이치알지그룹은 헤드헌팅, 조직 및 인사컨설팅, 기업교육 등 3대 사업을 주축으로 하는 업체다.

전 사장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우수 인력을 얻는 데 어려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우수 인력은 처음에는 ‘좋은 스펙’을 가진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과 일하면서 실망한 적이 많았다.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다보니 조직 내에서 화합하지 못하는 사례를 자주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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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와 시멘트, 철근이 있어도 잘 섞이지 못하면 그저 모래와 시멘트일 뿐이다. 이들이 잘 결합돼야 초
고층 빌딩이 탄생한다. 마찬가지로 조직에서는 서로 양보하고 협력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 그는 또 성실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자신에게 맞는 회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도 많이 봤다. 그가 본격적으로 인적자원관리 분야 사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이다.

평소 알고 지내던 3명과 함께 회사 간판을 내걸었다. 컨설팅과 기업교육 부문을 맡고 있는 박찬호 대표(46)와 헤드헌팅 부문을 담당하는 이선호 대표(47), 이종선 상무(42)다. 박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삼성물산, 삼성투신운용을 거쳐 국내 경영컨설팅 회사에서 경영자를 지낸 조직인사 전문 컨설턴트다. 이 대표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나와 여러 헤드헌팅 업체를 거쳤고 이 상무는 고려대 법학과 졸업 후 법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헤드헌터다.

전 사장은 “양보할 줄 알고 조직의 성공을 위해 힘을 모을 줄 아는 사람들이 힘을 합쳐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헤드헌팅 분야에서 5~10년의 경력을 가진 헤드헌터를 여럿 확보한 데 이어 연내에 이를 20명, 3년 내 50명으로 늘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아직 회사 규모는 작지만 구성원간의 협력과 시너지를 통해 국내 굴지의 인적자원관리 전문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전 사장은 “우리의 강점은 다양한 인재풀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5만여명분의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했고 조만간 이를 10만명분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헤드헌팅 업체의 경쟁력은 고객사와 좋은 관계를 맺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수 인재 풀을 확보하는 데 있다”며 “정보기술, 플랜트 등 전문 엔지니어 영역의 인재풀을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임원급 이상 고급 인재와 국내외 MBA 출신, 변호사, 회계사, 노무사, 세무사, 전략기획전문가 등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변호사의 경우 미국 영국 중국 일본 등 외국 변호사 인재풀도 갖고 있다”며 “고객사는 삼성에버랜드 호텔신라 홈플러스 한화그룹 한화생명 대교 대림산업 등”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사업 축은 조직·인사 컨설팅과 기업교육이다. 여기에는 조직문화 혁신, 리더십, 직무역량 강화, 신임 리더(팀장, 과장급) 양성, 마케팅 및 영업전문가 과정 등이 들어 있다.

전 사장은 “우리에게 기업들이 교육을 의뢰하는 이유는 비용 절감 효과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내에 교육담당자를 둘 경우 인건비 부담이 크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가 어렵다”며 “외부 전문가 집단의 도움을 받으면 교육 영역의 이슈를 파악하고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오프라인 교육을 고집한다. 몰입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기업이 모든 분야의 인재를 확보해 활용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전 사장은 전문가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협력하고 있다. 법무법인, 노무법인, 세무회계법인, 홍보회사 등과 네트워크를 통해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내용을 즉각 연결해주는 토털서비스 체제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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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일을 즐기는 스타일이다. 경영방침으로 ‘펀 앤 패션(Fun & Passion)’을 내건 것도 이 때문이다. 즐겁게 일하되 열정적으로 몰입한다는 것이다.

전 사장은 “최근 들어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이들 가운데 능력과 일에 대한 열정이 강한 사람을 영입해 그들의 소중한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데도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