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독일 수입차 전성시대다. 올해 1~7월 전체 수입차 판매량의 67%가 독일 브랜드다. 하지만 중형 세단 시장에서 일본 브랜드의 명성은 여전하다.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닛산 알티마 등 일본 중형 세단 3총사는 내구성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독일차가 점령하다시피 한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물론 이들 사이에 독일차가 없는 것은 아니다. 폭스바겐의 중형 세단 파사트가 선전하고 있다. 이들 4개 차종 가운데 누가 더 잘했을까. 이들의 판매 성적표를 점검해 ‘수우미양가’를 매겨봤다.

수: 도요타 캠리…나무랄 데 없는 만족감

신형 캠리는 지난해 1월 출시됐다. 비교 대상 4개 차종 중 가장 빨리 등장했다. 신차 효과가 반감됐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디자인은 이전 6세대에 비해 밋밋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인테리어 디자인 고급화와 스포티한 주행 성능, 국산차와 비교해도 매력적인 가격(2.5 모델 기준 3370만원)으로 소비자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복합연비가 16.4㎞/ℓ에 달하는 캠리 하이브리드(4260만원)도 한국도요타의 공격적인 가격 할인 정책에 힘입어 높은 판매실적을 올렸다. 캠리는 출시 후 지난 7월까지 19개월간 총 1만787대, 월평균 568대가 팔렸다. 올해 1~7월 기준으로 수입차 베스트셀링 모델 중 5위다.

우: 폭스바겐 파사트…독일 디젤 기술 매력

파사트를 보면 역시 디젤의 높은 연비가 얼마나 매력적인가를 알 수 있다. 파사트는 디젤 모델인 2.0 TDI(4140만원)의 판매량이 2.5 가솔린(3810만원) 판매량의 5배가 넘는다. 지난해 8월 출시 후 디젤 판매량은 3421대, 가솔린은 653대다.

디젤 가격이 캠리 2.5 등 일본 중형 세단보다 800만원가량 비싸지만 소비자들은 이들 4종 중 두 번째로 많이 파사트를 선택했다. 파사트 디젤 모델의 연비는 14.6㎞/ℓ로 일본 가솔린 세단(11.5~12.8㎞/ℓ)보다 좋다. 독일 차에 대한 높은 선호도에 더해 폭스바겐의 뛰어난 기술과 디자인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덕분에 올해 1~7월 수입 베스트셀링 모델 중 캠리에 이어 6위에 올랐다.

미: 혼다 어코드…변함없는 내구성과 성능

어코드는 침체된 혼다코리아의 승용차 판매실적에 활력을 불어넣은 차다. 작년 12월 출시돼 월평균 200여대씩 꾸준히 팔리고 있다. 출시 첫 달에만 336대가 팔렸고 그 다음달부터 200대 수준으로 떨어지며 신차 효과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내구성과 기술 부문에서 소비자들의 높은 신뢰도를 바탕으로 기복 없는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 혼다코리아는 올해 승용차 중 어코드만 팔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1~7월 어코드 2.4 모델 판매량은 1493대, 같은 기간 혼다코리아의 총 판매량은 3219대다. 어코드 3.5 모델까지 감안하면 전체 판매량의 절반이 어코드다. 신형 어코드 덕분에 혼다코리아의 판매실적은 1~7월 누적 기준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8%나 늘었다. 물론 여기에는 혼다코리아가 지난해 그만큼 장사가 안 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성장세가 높아 보이는 착시효과가 있다. 현대자동차 제네시스와 뒷모습이 비슷해 국내외 소비자들로부터 ‘혼다 제네시스’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지만, ‘기술의 혼다’에 대한 믿음은 흔들리지 않는 것 같다.

양: 닛산 알티마…성능 좋은데 판매 저조

수입 중형세단 4종 중에 낙제점인 ‘가’를 받은 모델은 없었다. 하지만 닛산 알티마는 가장 저조한 판매실적을 보이며 ‘양’을 받았다. 혼다보다 두 달 앞선 지난해 10월 신형 알티마가 출시됐지만 승기를 잡지 못하고 어코드보다 낮은 월평균 200대 미만의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멋진 외관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실내 인테리어, 가솔린 모델 중 가장 높은 연비(12.8㎞/ℓ, 2.5 모델 기준) 등 ‘스펙’ 면에선 오히려 다른 차종보다 낫다. 가격도 2.5 모델이 3370만원, 3.5 모델이 3770만원으로 4종 중 가장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은 ‘스펙보다 실전 능력’을 중시하는 것일까.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