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서비스 기업으로 변신중…장기비전 지닌 후임 물색

스티브 발머 현 최고경영자(CEO)가 물러난 후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

올해는 발머가 MS의 선장을 맡은지 14년째다.

그는 공동 창업자인 빌 게이츠 회장에게 자리를 물려받아 2000년 1월 CEO에 공식 취임했다.

발머가 떠나는 것을 계기로 MS는 기기(디바이스) 부문과 서비스 부문을 지금보다 훨씬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게임기 'X박스', 미디어 플레이어 '준', 태블릿 '서피스', 스마트폰 '윈도폰' 등에서 했듯 새로운 기기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이와 결합한 새로운 사업 모델을 계속 시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MS는 1990년대부터 윈도와 오피스 등 사무용 소프트웨어에서 '절대 강자'의 지위를 누려 왔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서버용 소프트웨어와 정보기술(IT) 서비스 분야에서도 어느 정도 입지를 굳혔지만 이것만으로는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판단에서다.

MS는 수익 모델이 소프트웨어에 치우쳐 있고, 그 중에서도 윈도와 오피스 등을 PC 제조업체에 공급하거나 개별 기업들에게 라이센스를 주는 영업 형태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다.

이런 방식의 영업 모델을 MS에서 구축한 인물이 바로 은퇴를 선언한 발머다.

1980년 입사한 그는 MS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PC제조업체에 공급해 탑재토록 하는 B2B 방식의 비즈니스 구조를 통해 회사를 반석 위에 올렸다.

특히 발머가 영업·고객지원 담당 수석부사장을 맡았던 1992∼1998년 이런 비즈니스 구조가 뿌리를 내리면서 MS는 엄청난 수익성과 안정성을 함께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회사가 캐시카우인 윈도와 오피스 사업에 매몰돼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노력이 오히려 방해를 받는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회사가 윈도, 오피스 등 제품군별로 사업부문을 두는 조직 형태를 지니고 있어 사업부 이기주의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를 반영해 MS는 지난달 '기능 중심' 면모를 강화한 대대적 조직 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구글을 비롯한 인터넷 기업들이 급성장하고 2000년대 후반에는 애플이 아이폰으로 화려하게 부활하면서 MS의 성장성과 비전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이들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일부 투자가들은 "발머가 물러나야 MS가 새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발머를 공격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창업자 빌 게이츠가 MS의 일상 경영에서 손을 떼고 이사회 의장직만 수행하고 있는 상태에서 MS 내에서 발머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인물은 없었다.

'창업 세대'인 게이츠와 발머의 은퇴를 계기로 MS는 기기·서비스에 중점을 둔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과 성장 동력 확보를 이끌 새 CEO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MS는 23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사회 산하에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발머의 후임자를 고르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수석 사외이사인 존 톰슨, 이사회 의장인 창업자 빌 게이츠 등으로 구성된 CEO 선임 특별위원회는 일단 외부 헤드헌팅 업체에 스카우트 작업을 맡기고 후임자를 찾는 중이다.

MS는 차기 CEO로 내부 인사와 외부 인사 모두가 고려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임화섭 특파원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