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펀드 고를때 물어보세요…이 펀드 매니저 경력이 얼마나 되죠?
앞으로 펀드 고를때 물어보세요…이 펀드 매니저 경력이 얼마나 되죠?
증권업계에선 펀드 매니저가 자주 교체되지 않는 펀드를 찾으라는 통설이 있다. 투자 책임자가 ‘뚝심’을 갖고 일관된 철학을 추구해야 성과가 좋다는 믿음에서다.

한국경제신문이 23일 펀드 평가업체인 제로인에 의뢰해 한 곳에서 오래 일한 주요 자산운용사의 최고투자책임자(CIO)를 파악해 보니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전무(51), 안영회 KTB자산운용 부사장(49), 오성식 프랭클린템플턴 한국주식부문 대표(51) 등의 순이었다.

허 전무는 1996년 신영운용 창립멤버로, 펀드 경력 24년여 중 이 회사에서만 17년간 투자 책임을 맡아왔다. 허 전무는 “주식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선 현재 가치가 좋은 종목보다 앞으로 좋아질 종목에 선투자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일시적인 수익률 하락을 견뎌야 하는데 매니저가 자주 교체돼선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안 부사장은 펀드 운용경력 21년여 중 KTB운용에서만 14년간 일했고, 오 대표는 24년여 중 11년간 프랭클린템플턴에서 주식 부문을 총괄했다. 운용 업계에서 최연소 CIO로 꼽혀온 고준호 상무(45)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에서만 10년, 박종학 베어링자산운용 전무(49)는 약 9년,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50)은 8년간 ‘한우물’을 팠다.

자산운용업계의 맞수 격인 삼성운용과 KB운용의 CIO는 남동준 상무와 송성엽 상무다. 둘다 1966년생 동갑내기로 두 회사에서 일한 경력 역시 약 7년으로 비슷하다.

CIO의 근속연수가 긴 자산운용사의 펀드 수익률이 대체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사에서 운용규모가 큰 대표 펀드의 3년 수익률은 평균 20~30%(21일 기준)에 달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평균 3.16%(자산 10억원 이상 펀드 2354개 기준)란 점을 감안할 때 괄목할 만한 성과다.

송성엽 상무가 책임지는 ‘KB밸류포커스A 펀드’의 3년 수익률은 52.94%로 최고 수준이다. 송 상무는 “투자종목을 신중하게 고르되 한 번 결정하면 2~3년간 팔지 않는다는 게 원칙”이라며 “시황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금세 바꾸면 꾸준한 수익을 내기 힘들다”고 했다.

이채원 부사장의 ‘한국밸류10년투자1 펀드’의 투자 성과 역시 51.18%로 높았다. 허남권 전무의 ‘신영밸류고배당C 펀드’ 수익률은 40.57%였다. 다만 안영회 부사장이 총괄하는 ‘KTB마켓스타’ 수익률은 -5.3%로 저조한 편이었다.

김태관 제로인 리서치사업본부장은 “펀드 매니저가 자주 교체되는 운용사의 실적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며 “각 펀드를 평가하고 추천할 때 이런 점까지 점수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위 표에서 강무희 동양자산운용 CIO는 이미 퇴사했다고 회사 측이 알려왔습니다. 동양운용의 현재 CIO는 백승엽 상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