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지가 지난 6월 한국여자오픈에서 야디지북을 보며 거리를 파악하고 있다.  /KLPGA  제공
전인지가 지난 6월 한국여자오픈에서 야디지북을 보며 거리를 파악하고 있다. /KLPGA 제공
지난 6월 한국여자오픈 최종라운드가 열린 인천 송도의 잭니클라우스GC 17번홀(파3·153m). 15~16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으며 선두 박소연에 2타 차로 따라붙은 전인지(19·하이트진로)는 티잉그라운드에 선 뒤 핀 위치를 보고 씨익 웃었다. 핀은 그린 왼쪽 벙커 바로 뒤에 꽂혀 버디를 잡기 힘든 상황이었으나 전인지는 자신감이 용솟음쳤다.

전인지는 “연습라운드 때 하루 정도는 벙커 뒤에 핀이 꽂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캐디와 함께 벙커를 넘기는 거리, 벙커와 홀 사이의 거리를 미리 측정해둔 것이 적중했다”고 말했다. 주최측은 대회 전 선수들에게 핀 위치를 공개하면서 그린 입구 경계선부터 홀까지의 거리만 알려준다. 이 홀의 경우 그린 오른쪽 초입에서 17m, 그린 왼쪽에서 6m 지점에 핀이 꽂혔다. 그러나 벙커를 넘어선 지점의 그린에서부터 홀 사이의 거리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날 대부분의 선수들은 벙커를 피해 홀 중앙을 공략, 2퍼트로 마무리해 파를 잡았다. 이 홀에서 버디를 잡은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러나 전인지는 이 홀에서 버디를 잡지 못하면 역전이 불가능해보였다.

전인지는 그린 중앙을 겨냥해야 하는 당초의 ‘게임플랜’을 수정하고 사전에 파악해 둔 거리에 따라 핀을 직접 공략했다. 핀 오른쪽을 보고 하이드로샷을 시도했다. 벙커를 안전하게 넘어갈 수 있는 7번 아이언을 택했고 티샷한 볼이 홀 오른쪽 2.5m 지점에 떨어져 이를 버디로 연결했다. 전인지는 마지막 18번홀(파5)에서도 버디를 낚아 막판 4개홀 연속 버디로 극적인 1타 차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버디·파·보기홀 미리 정해놓고 쳐라
○나만의 게임플랜을 세워라


전인지에게 첫 승을 안긴 17번홀 티샷은 자신이 예상했던 가상의 게임플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인지는 “벙커나 위험 지역을 피해 쳐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선수들도 저기로 가면 안 되는데 해보면 될 것 같은 생각에 시도하다가 실수를 하게 된다”며 “멘탈과 코스 매니지먼트는 연결돼 있다.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는 게임플랜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인지의 코치인 박원 J골프 해설위원은 “게임플랜의 기초는 골프는 확률 게임이라는 이해에서 출발한다”며 “처음에는 조심하다가도 홀이 계속되면 핀밖에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스샷 나면 계획 수정

박 코치는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 장단점, 기술 등을 감안해 나에게 맞는 버디홀이 있고 어려운 홀이 있다. 어려운 홀에서는 다른 선수들이 핀을 보더라도 자신은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버디홀, 파홀, 보기홀 등을 구분해놓고 라운드에 임해야 한다”며 “버디홀이라도 핀을 공략할 좋은 포지션에 공이 가지 않으면 핀을 보고 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전인지는 “난 버디홀을 정해놓지는 않는다. 가장 자신있는 클럽의 거리에 왔을 때만 핀을 본다”며 “그 외에는 처음에 세운 게임플랜대로 간다. 핀 위치를 보고 게임플랜을 짠다”고 말했다. 전인지는 “내가 생각하는 가장 공격적인 공략은 무조건 핀을 보고 치는 것이 아니라 성공 확률이 높은 쪽으로 가는 것”이라며 “어디로 가야 버디 확률이 가장 높은지를 생각하고 공략한다”고 강조했다.

미스샷이 나오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공략해야 성공 확률이 높아질지 생각하고 게임플랜을 수정한다. 전인지는 “예전에는 핀이 보이는 대로 쳤다. 그러나 게임플랜의 중요성을 알게 되면서 연습할 때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 꼼꼼하게 체크한다”며 “한국여자오픈 17번홀 티샷은 그런 게임플랜이 안겨준 ‘값진 버디’였다”고 말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