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끝내 M&A 매물로 나온 블랙베리, 왜 추락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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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코치 - 경쟁력 핵심은 '신속과 과감'…어정쩡한 대응이 몰락 부추겨
시장 재편 위한 경쟁사와의 제휴도 실패
약점 보완 없이 기업 솔루션 등 강점만 '집착'
플랫폼 운영 착오, 삼진아웃 위기에…
시장 재편 위한 경쟁사와의 제휴도 실패
약점 보완 없이 기업 솔루션 등 강점만 '집착'
플랫폼 운영 착오, 삼진아웃 위기에…
한때 북미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자랑하던 업무용 스마트폰의 최강자 블랙베리(옛 리서치인모션)가 결국 매각될 처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쓰던 스마트폰으로 유명세를 탄 이 회사는 최근 긴급 이사회에서 경영난 극복을 위해 매각은 물론 합작사 설립, 전략적 제휴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시장 점유율이 계속 하락하는 가운데 새로 내놓은 야심작 ‘블랙베리 Z10’도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며 독자 생존이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최근 북미 점유율이 3% 선으로 곤두박질쳤고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점유율은 0.1%에 불과하다. 서유럽에서도 5% 미만이다.
블랙베리의 실패엔 추락하는 기업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빠른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과오가 그대로 나타난다. 삼성전자, 애플 등과의 속도 경쟁에서 뒤처졌고, 시장 재편을 위한 경쟁 기업 등과의 전략적 제휴에 실패했으며 밀려드는 저가 스마트폰의 위협도 간과했다. 특히 스마트폰 운영체제(OS)시장을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가 양분하며 시장을 빠르게 키우는 상황에서도 블랙베리는 자사 OS의 우수성만을 고집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
시사포인트1 경영 실적은 후행변수…사업 선행변수 항상 주시하라
블랙베리의 추락은 속도 경쟁의 관점에서 전략적 민첩성의 중요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2007년 블랙베리의 몰락을 재촉한 아이폰이 처음 출시됐을 때 블랙베리 경영진은 새로운 경쟁의 서막을 애써 외면했다.
< 최고경영자(CEO)였던 짐 발실리만 해도 “아이폰은 수많은 스마트폰 중 하나에 불과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 수 없으며 터치스크린 방식은 불안정하다”고 혹평했다. > →블랙베리 경영진의 결정적 오판
그 후 애플과 삼성전자의 성장을 뚜렷이 목격하면서도 블랙베리는 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을까?
첫째, 사업의 후행 변수에 불과한 경영 성과가 초기 블랙베리 경영진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 실제 블랙베리의 매출, 이익, 가입자 수는 아이폰이 출시된 2007년 이후 오히려 증가했다. 하락세로 돌아선 시점은 2011년 들어서다. 성과가 좋은데 위기의 전조를 감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성과는 경영자들의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가장 마지막에 나타나는 결과물에 불과하다. 특히 스마트폰 사업처럼 변화가 극심한 산업에서 성과가 나빠졌다는 것은 이미 시장에서 게임이 끝났다는 의미다. 2007년 이후 비록 성과는 좋아졌지만 블랙베리 경영진은 사업의 선행 변수인 기술 및 고객 욕구의 미묘한 변화를 감지했어야만 한다.
둘째, 발실리의 혹평과 달리 아이폰의 출시는 단순히 하나의 신제품이 나온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출현이라는 점을 빨리 이해하지 못했다. 아이폰을 기점으로 휴대폰은 커뮤니케이션 도구에서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 진화했다.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과 OS로 상징되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부각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블랙베리는 과거 보안상의 이유로 휴대폰에 달린 카메라 기능까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던 기업이다. PC 등에서 널리 쓰이는 키보드 방식인 쿼티(qwerty) 자판 등 기업 고객을 위한 솔루션에 일부 강점이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라이프스타일 측면에서 역량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블랙베리는 자신들의 강점을 더욱 강화하지도, 약점을 보완하지도 못한 어정쩡한 상황을 오래 끌었다.
셋째, 자신들의 사업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뒤늦게 인식했지만 이를 해결할 유일한 수단인 투자에서 신속하지도, 과감하지도 못했다. 마지막 제품이 될지도 모를 ‘블랙베리10’ 시리즈는 2011년 후반부터 얘기가 나왔으나 계속 출시일을 늦추다 올해 초 겨우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비록 QNX소프트웨어 등 몇 개 기업을 인수했지만 소프트웨어 역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투자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았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구조조정과 회생을 명목으로 이뤄진 인력 감축도 전략적 방향과는 조율되지 않은 결정이었다. 결국 세 번의 기회를 놓친 블랙베리는 삼진 아웃될 운명에 놓였다.
시사포인트2 자유자재로 변신할 수 있는 동태적 역량 키워라
전략이론에서 소개되는 동태적 역량(dynamic capabilities) 접근법에 따르면 기업이 가진 핵심역량은 시장 상황에 따라 그 가치가 급변할 수 있다. 따라서 항상 시장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블랙베리는 실시간 알림 서비스와 빠른 메시징 기능을 핵심 역량으로 삼아 한때 시장을 장악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상품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핵심 역량이 애플과 삼성전자 등 다른 글로벌 기업의 핵심 역량과 중첩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블랙베리로선 서둘러 핵심 역량을 재편성하는 전략적 대처가 필요했지만, 기존의 핵심 역량만을 고수하는 바람에 경쟁 기업에 크게 뒤처지고 말았다.
동태적 역량 이론은 이렇게 기술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환경 속에서 핵심 역량을 개발하고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핵심 역량의 재편성은 조직 전체의 재정비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기존의 핵심 역량에만 집착하는 잘못을 범하곤 한다. →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기업 핵심 역량 재편성 전략 이론
또 하나의 관점은 플랫폼(platform) 운영의 중요성이다. 스마트폰 OS는 요즘 유행하는 ‘플랫폼’이라는 개념의 아주 좋은 예로, 블랙베리의 좌절은 플랫폼 운영의 전략적 착오와 맞닿아 있다. 블랙베리는 자사 제품에 필요한 OS를 직접 개발했으나 이를 폐쇄적으로 운영하다 뒤늦게 개방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플랫폼은 쉽게 말하면 소비자와 생산자들이 모이는 생태계다. 다양한 상점과 소비자들이 모여드는 쇼핑몰도 하나의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고, 구글의 안드로이드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등도 다양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해당 OS를 기반으로 제품을 개발하기 때문에 플랫폼에 속한다.
플랫폼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소비자와 생산자들이 가급적이면 많이 모여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산자가 많이 모여들면 그만큼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제공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다양성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더 많이 유인할 수 있다.
또 소비자가 많이 모여들면 상품의 가치가 사용자의 수에 비례하는 네트워크 효과가 작용해 그 상품의 가치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플랫폼 운영회사는 플랫폼 사용료를 생산자와 소비자 양쪽에서 받을 수 있는데, 극단적인 경우엔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플랫폼이라는 생태계의 번성을 유도할 수 있다.
도움말 주신 비즈&라이프 자문위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쓰던 스마트폰으로 유명세를 탄 이 회사는 최근 긴급 이사회에서 경영난 극복을 위해 매각은 물론 합작사 설립, 전략적 제휴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시장 점유율이 계속 하락하는 가운데 새로 내놓은 야심작 ‘블랙베리 Z10’도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며 독자 생존이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최근 북미 점유율이 3% 선으로 곤두박질쳤고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점유율은 0.1%에 불과하다. 서유럽에서도 5% 미만이다.
블랙베리의 실패엔 추락하는 기업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빠른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과오가 그대로 나타난다. 삼성전자, 애플 등과의 속도 경쟁에서 뒤처졌고, 시장 재편을 위한 경쟁 기업 등과의 전략적 제휴에 실패했으며 밀려드는 저가 스마트폰의 위협도 간과했다. 특히 스마트폰 운영체제(OS)시장을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가 양분하며 시장을 빠르게 키우는 상황에서도 블랙베리는 자사 OS의 우수성만을 고집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
시사포인트1 경영 실적은 후행변수…사업 선행변수 항상 주시하라
블랙베리의 추락은 속도 경쟁의 관점에서 전략적 민첩성의 중요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2007년 블랙베리의 몰락을 재촉한 아이폰이 처음 출시됐을 때 블랙베리 경영진은 새로운 경쟁의 서막을 애써 외면했다.
< 최고경영자(CEO)였던 짐 발실리만 해도 “아이폰은 수많은 스마트폰 중 하나에 불과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 수 없으며 터치스크린 방식은 불안정하다”고 혹평했다. > →블랙베리 경영진의 결정적 오판
그 후 애플과 삼성전자의 성장을 뚜렷이 목격하면서도 블랙베리는 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을까?
첫째, 사업의 후행 변수에 불과한 경영 성과가 초기 블랙베리 경영진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 실제 블랙베리의 매출, 이익, 가입자 수는 아이폰이 출시된 2007년 이후 오히려 증가했다. 하락세로 돌아선 시점은 2011년 들어서다. 성과가 좋은데 위기의 전조를 감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성과는 경영자들의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가장 마지막에 나타나는 결과물에 불과하다. 특히 스마트폰 사업처럼 변화가 극심한 산업에서 성과가 나빠졌다는 것은 이미 시장에서 게임이 끝났다는 의미다. 2007년 이후 비록 성과는 좋아졌지만 블랙베리 경영진은 사업의 선행 변수인 기술 및 고객 욕구의 미묘한 변화를 감지했어야만 한다.
둘째, 발실리의 혹평과 달리 아이폰의 출시는 단순히 하나의 신제품이 나온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출현이라는 점을 빨리 이해하지 못했다. 아이폰을 기점으로 휴대폰은 커뮤니케이션 도구에서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 진화했다.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과 OS로 상징되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부각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블랙베리는 과거 보안상의 이유로 휴대폰에 달린 카메라 기능까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던 기업이다. PC 등에서 널리 쓰이는 키보드 방식인 쿼티(qwerty) 자판 등 기업 고객을 위한 솔루션에 일부 강점이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라이프스타일 측면에서 역량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블랙베리는 자신들의 강점을 더욱 강화하지도, 약점을 보완하지도 못한 어정쩡한 상황을 오래 끌었다.
셋째, 자신들의 사업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뒤늦게 인식했지만 이를 해결할 유일한 수단인 투자에서 신속하지도, 과감하지도 못했다. 마지막 제품이 될지도 모를 ‘블랙베리10’ 시리즈는 2011년 후반부터 얘기가 나왔으나 계속 출시일을 늦추다 올해 초 겨우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비록 QNX소프트웨어 등 몇 개 기업을 인수했지만 소프트웨어 역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투자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았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구조조정과 회생을 명목으로 이뤄진 인력 감축도 전략적 방향과는 조율되지 않은 결정이었다. 결국 세 번의 기회를 놓친 블랙베리는 삼진 아웃될 운명에 놓였다.
시사포인트2 자유자재로 변신할 수 있는 동태적 역량 키워라
전략이론에서 소개되는 동태적 역량(dynamic capabilities) 접근법에 따르면 기업이 가진 핵심역량은 시장 상황에 따라 그 가치가 급변할 수 있다. 따라서 항상 시장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블랙베리는 실시간 알림 서비스와 빠른 메시징 기능을 핵심 역량으로 삼아 한때 시장을 장악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상품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핵심 역량이 애플과 삼성전자 등 다른 글로벌 기업의 핵심 역량과 중첩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블랙베리로선 서둘러 핵심 역량을 재편성하는 전략적 대처가 필요했지만, 기존의 핵심 역량만을 고수하는 바람에 경쟁 기업에 크게 뒤처지고 말았다.
동태적 역량 이론은 이렇게 기술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환경 속에서 핵심 역량을 개발하고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핵심 역량의 재편성은 조직 전체의 재정비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기존의 핵심 역량에만 집착하는 잘못을 범하곤 한다. →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기업 핵심 역량 재편성 전략 이론
또 하나의 관점은 플랫폼(platform) 운영의 중요성이다. 스마트폰 OS는 요즘 유행하는 ‘플랫폼’이라는 개념의 아주 좋은 예로, 블랙베리의 좌절은 플랫폼 운영의 전략적 착오와 맞닿아 있다. 블랙베리는 자사 제품에 필요한 OS를 직접 개발했으나 이를 폐쇄적으로 운영하다 뒤늦게 개방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플랫폼은 쉽게 말하면 소비자와 생산자들이 모이는 생태계다. 다양한 상점과 소비자들이 모여드는 쇼핑몰도 하나의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고, 구글의 안드로이드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등도 다양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해당 OS를 기반으로 제품을 개발하기 때문에 플랫폼에 속한다.
플랫폼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소비자와 생산자들이 가급적이면 많이 모여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산자가 많이 모여들면 그만큼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제공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다양성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더 많이 유인할 수 있다.
또 소비자가 많이 모여들면 상품의 가치가 사용자의 수에 비례하는 네트워크 효과가 작용해 그 상품의 가치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플랫폼 운영회사는 플랫폼 사용료를 생산자와 소비자 양쪽에서 받을 수 있는데, 극단적인 경우엔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플랫폼이라는 생태계의 번성을 유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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