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유통가(街)가 분주해지고 있다. 올 추석은 지난해보다 열흘이나 일러 일찍이 대형마트도 다양한 선물세트 예약판매에 돌입했다. 장기불황 탓에 2~5만원대 중저가의 실속형이 '대세'인 가운데 복합품목 구성과 독특한 디자인도 소비자들의 눈길을 끈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이날부터 다음달 4일까지 17일 동안 추석 선물세트 사전 예약 판매를 실시하고 이 기간 동안 이마트 전 매장에서 상품 카달로그를 통해 상품 상담을 진행한다. 주요 상품들은 매장내 전시된 샘플을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마트는 올 추석 역시 장기적으로 지속된 경기불황 탓에 실속형 선물세트와 저가형 선물세트가 많이 팔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법인 등의 대량 구매보다 개인의 소량 구매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개인 구매가 많은 신선·가공 및 생활세트 위주로 물량이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과일 선물세트의 경우 판매 난항이 예상된다. 수년 간 이상기온으로 가격이 계속 오른데다 올해 특히 길어진 장마와 폭염으로 과일값이 더 불안정해졌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어 사과, 배의 수확이 늦어질 수 있고 추석 전 태풍의 발생 가능성도 가격안정을 방해할 수 있는 최대 변수다.

굴비도 올해 조기 어획량 감소로 지난해보다 10% 이상 가격이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마트는 그러나 "지난해 조업 초기부터 사전 비축한 물량을 통해 가격 인상 폭을 최소화해 전년 수준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롯데마트는 이마트보다 한 발 빠른 지난주부터 100여개 품목의 실속형 선물세트의 예약 판매를 진행해 최대 30% 할인혜택을 내세우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보였다. 홈플러스도 지난해보다 3주 이른 예약 판매에 나서 추석 선물세트 판매 경쟁에 불을 지폈다.
5000억원 규모(업계추정, 추석기준)의 가공식품 선물세트 시장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3만원대의 중저가 선물세트 비중을 지난 설 명절 대비 20% 이상 확 늘렸다.

CJ제일제당은 "올 추석엔 2만원에서 5만원대 중저가이면서 여러 상품을 갖춘 복합형 세트 등 실용적인 선물세트가 인기를 끌 것"이라며 "실제 쓰임새가 많은 다양한 품목들로 구성한 복합형 선물세트 130여종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상도 중저가 제품 비중을 지난해보다 7% 포인트 가량 늘린 51%로 전면 개편했으며 사조와 샘표의 경우1만원대 저가 선물세트 물량을 20% 가까이 새롭게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불황에 따른 가공식품업계의 저가경쟁이 소비자들의 가격부담을 가볍게 해주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합리적인 가격 외에도 독특한 디자인을 반영한 선물세트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곳도 있다. 생활용품 선물세트로 유명한 애경은 차별화된 추석 선물세트를 출시하기 위해 유명작가과 콜라보레이션(협업)을 통해 감성적인 콘셉트로 디자인을 꾸몄다.

애경 관계자는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저렴한 가격대의 생활에 꼭 필요한 선물세트를 찾는 합리적인 소비성향이 나타나고 있는데 여기에서 나아가 기존 생활용품 세트에서 하지 않았던 감성과 스토리를 담은 차별화된 독특한 선물세트로 소비자의 마음을 공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애경은 특히 건강과 휴식을 추구하는 힐링과 고전음악과 패션이 유행하는 복고 등의 콘셉트를 이번 선물세트에 과감히 반영했다. 소비자의 감성과 향수를 자극하기 위해 생활용품업계 최초로 '빈센트 반 고흐 컬렉션'과 '마릴린 먼로 컬렉션'이라는 추석 선물세트를 내놓은 것.

애경에 따르면 '반 고흐 컬렉션'에 삽입된 작품은 세계적인 미술관 중 하나인 네덜란드 반 고흐 뮤지엄에 소장돼 있는 작품으로 작품의 오리지널리티를 부여하기 위해 업계 최초로 상표 라이센싱 계약도 체결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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