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年 4조원 쓰는 '중복 인증' 부담 절반으로 줄어든다
1000여개 중소기업이 난립 중인 발광다이오드(LED) 업계의 최대 경영 위협 요인은 ‘정부 인증’이다. 신제품 모델 한 개에 KC안전, KS, 환경, 녹색 등 분야별로 4~6개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인증 한 개를 받는 데 드는 비용만 평균 200만원. 한 모델에 필요한 인증비용만 최대 1200만원에 달한다. 모두 정부 입찰을 빌미로 각 부처가 요구하는 ‘스펙’이다. A사 관계자는 “연간 20개 LED 모델을 생산하는데 지난해 인증비용만 2억4000만원을 썼다”며 “업계 특성상 다품목 소량 생산을 할 수밖에 없는데 인증비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정부는 16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이처럼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아온 중복 인증을 해소하기로 했다. 25개 부처가 운영하는 109개 인증제가 대상이다.

이에 따라 TV 냉장고 LED램프 등 482개 품목에 대해 시험검사 기준을 통일하고 고추장 참기름 등 101개 품목은 시험검사 결과를 상호 인정하는 방법으로 중복 인증을 해소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TV는 KS표준과 전기용품안전기준을 동시에 적용받는데 제조업체가 둘 중 하나만 취득하면 나머지 인증은 자동 취득하는 방식이다. 고추장의 경우 KS표준과 전통식품인증을 받기 위해 매운 맛을 내는 캡사이신 수치 검사 결과를 각각 내야 했지만 앞으로는 한 번만 받으면 나머지 한 군데 인증시험을 면제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또 인증 간 중복 소지를 제도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품질·안전·환경 등 분야별로 ‘통합 인증모델’ 체계를 구축, 중복 인증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로 했다. 주무 부처가 ‘기본 인증모듈’을 마련하되 관련된 다른 부처는 필요한 모듈만 추가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기술표준원 관계자는 “KS인증 외에 고효율 모듈이 추가로 필요한 경우 ‘KS+고효율’ 인증을 취득하면 돼 기업들이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인증제도와 마크도 통합된다. 부처별로 운영 중인 교통신기술 전력신기술 자연재해저감신기술 목재제품신기술 농림식품신기술 등 신기술 5개 인증을 ‘신기술인증제도(NET)’로 통합하기로 한 것이 단적인 예다. 20개 부처에서 운용 중인 58개 인증마크도 부처별 자율로 단일 디자인 또는 단일 마크로 흡수하기로 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기업의 품목당 평균 인증비용이 211만원에서 123만원으로 43% 절감되고, 평균 인증 취득 기간도 70일에서 46일로 34% 단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기업이 인증을 받는 데 연간 4조원을 쓰고 중소기업 한 곳당 14.9개의 인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업체당 연간 3230만원을 인증비용으로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법정인증 수가 지나치게 늘면서 기업의 애로가 많다는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