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기 무섭게 폭염이 시작됐다. 탈진 증상을 소호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며 살인 더위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폭염 속에서도 유독 손과 발만은 차가운 사람들이 있다. 수족냉증은 젊은 여성들에게는 종종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이를 단순한 수족냉증으로만 생각하다가는 본의 아니게 척추질환을 방치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수족냉증은 말초 혈관이 수축되어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추위와 같은 외부 자극에 의한 교감신경의 반응이 예민한 경우에 주로 나타난다. 그 외에도 폐경과 같은 호르몬의 변화나 스트레스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는데, 손발이 찌릿찌릿한 느낌과 함께 수족냉증 증상이 나타난다면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폭염 속 수족냉증, 척추관협착증 증상일 수도

최선종 부민병원 척추센터장
최선종 부민병원 척추센터장
척추관협착증은 척추 신경이 내려가는 둥근 관인 척추관이 좁아지며 신경이 압박을 받아 통증을 느끼는 질환이다. 주로 허리와 엉덩이, 그리고 다리에 통증이 발생하는데 통증의 정도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활동량이 많은 경우엔 통증이 심해지고 안정을 취하면 통증이 완화되며, 기온이 높을 때보다는 기온이 낮을 때 통증이 더욱 심해진다.

척추관협착증의 이런 특징은 병을 키우는 함정이 되기도 한다. 요즘과 같은 여름철엔 안정을 취하면 매우 경미한 정도의 통증이나 뻐근함만 느껴지기 때문에, 가벼운 허리디스크나 근육 뭉침으로 생각하고 찜질이나 마사지 등의 간단한 조치만을 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척추관협착증을 방치하면 통증이 점점 심해져 일상생활이 어려운 정도의 통증으로까지 발전될 수 있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하지마비라는 심각한 상황까지 올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최선종 부민병원 척추센터장은 “아무리 경미한 정도의 허리통증이라도 손발이 차고 저린 증상과 함께 나타난다면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며 “수족냉증 증상과 함께 허리나 엉덩이, 다리에 뻐근한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 허리를 펴고 있을 때보다 앞으로 구부리는 자세가 더 편한 경우엔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젊은층도 안심할 수 없는 척추관협착증

사실 척추관협착증은 노인성질환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나이가 들면 관절이나 인대가 두꺼워지거나, 주변에 불필요한 가시뼈들이 자라나는 퇴행성 변화가 나타나는데 이러한 관절 및 인대의 퇴행성 변화가 척추관협착증의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다.

허리통증이 느껴지면 척추관협착증과 허리디스크를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두 질환을 쉽게 구분하는 특징 또한 허리디스크는 젊은층에서도 많이 발병하는 반면, 척추관협착증은 주로 노년층에게 발병한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최근 젊은 층에서도 척추관협착증 발병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최 센터장은 “이러한 현상은 주로 잘못된 자세로 인한 현상으로 특히 스마폰이나 태블릿 PC 등의 전자 기기를 장시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나타난다”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오랜 시간 사용하다보면 자연스레 구부정한 자세를 많이 취하게 되고, 이것은 척추에 무리를 줄 뿐만 아니라 척추의 퇴행을 앞당기는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척추관협착증을 방치할 경우 통증이 심해질 뿐 아니라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 최 센터장은 “척추질환이라고 해서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척추관협착증의 경우, 초기엔 자세교정이나 생활 습관의 변화, 운동 및 물리치료, 보조기 착용, 약물치료 등의 비수술적 치료를 통해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증상이 심하거나 보존적 치료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엔 수술적 방법을 통한 치료가 효과적일 수 있다. 최소상처 척추수술은 미세현미경을 통해 1.5~2mm 정도의 작은 절개만으로도 이전보다 수술 부위를 세밀하게 보며 섬세한 시술을 하기 때문에 효과는 물론이고 안정성도 높다. 척추관협착증의 수술은 척추의 뼈융합 및 나사못 고정을 하지 않는 최소상처 요추후궁성형술과 고정이 필요한 경우 실시하는 최소상처 척추고정술이 있다.

최 센터장은 “척추관협착증은 증상의 진행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여 그에 맞는 치료법을 결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척추관협착증이 의심될 경우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할 것”을 거듭 당부했다. 그는 이어 “척추질환이라고 해서 무조건 수술적 방법을 통해 치료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정확한 진단을 통한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