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전문점 업계 1위 ‘미샤’가 5년 반 만에 적자를 냈다.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출혈 마케팅을 벌여온 화장품 업계가 부메랑을 맞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샤 운영업체인 에이블씨엔씨는 올 2분기 매출이 10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늘었지만, 영업손실 21억원과 당기순손실 2억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고 13일 공시했다. 에이블씨엔씨가 영업손실을 낸 건 2007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이 회사 박성우 홍보팀장은 “경쟁이 심화하면서 매출 성장세가 꺾였고 광고, 판촉 등 마케팅 비용이 늘어난 점이 실적 부진의 주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미샤는 그동안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화장품 업계 전반에 경쟁을 불러일으켰던 브랜드다. 에스티로더 등 해외 유명 제품과 비슷하게 생긴 미투(me too)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화장품 전문점이 사실상 ‘상시 반값 할인’을 벌이고 있는 것도 미샤의 대대적 할인 판매에 맞대응하며 시작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경기 위축으로 화장품 매출이 부진해지면서 미샤의 수익성이 악화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 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화장품 전문점이 난립하면서 순위 경쟁이 치열해졌고, 업체마다 매출을 높이는 데 치중하다 보니 최대 50% 할인 판매를 수시로 벌이는 악순환 구조에 빠졌다”며 “미샤의 적자 전환은 이런 마케팅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에이블씨엔씨 측은 “3분기가 되면 매출이 높아지는 특성이 있는 만큼 하반기에는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