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학 사장 "남북경협은 현대아산의 존재 이유"
지난 3일 오후 금강산에서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추모식을 마치고 동해선남북출입사무소로 돌아온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옆에는 입술을 굳게 다문 김종학 현대아산 사장(사진)이 서 있었다.

김 사장은 현대아산 남북경협 재개 태스크포스팀(TFT) 직원들과 금강산 관광시설 곳곳을 둘러보고 왔다.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남북 대결이 정점에 달했던 때였지만, 김 사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한 것이다.

김 사장은 오는 14일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제7차 남북 실무자 협상에 대해 “차분히 회담 결과를 지켜보되 금강산 관광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가지자”고 직원들에게 강조했다. 그는 또 “금강산 관광 재개가 언제 결정되더라도 단시간에 정상화시킬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 8월 현대아산의 수장이 된 이후부터 수익성 강화와 더불어 금강산 관광 재개에 회사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지난 2월 초 월례조회에선 “관광 중단 5주년(7월12일)이 되는 7월부터는 금강산 관광을 반드시 시작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달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직원들은 언제 개선될지 모를 남북관계 때문에 좀처럼 의욕을 갖지 못했다. 김 사장은 직원들을 일일이 다독였다. 그는 “사업은 반드시 다시 시작될 것”이라며 “그 때를 위해 조직을 정비하고 재가동 플랜을 짜놓아야 한다”고 설득했다.

김 사장은 ‘금강산관광 재개 TFT’를 만들고 김영현 관광경협본부장(전무)을 팀장으로 임명했다. 지난 4월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되는 악재가 터지자 김 사장은 오히려 이 TFT에 개성공단에서 내려온 직원 15명을 합류시켜 ‘남북경협 재개 TFT’로 확대 개편했다.

지난 6월 북한이 남북경협 관련 실무회의를 제안하자 현대아산 직원들은 “이번엔 잘 풀릴 것”이라며 기대에 부풀었다. “김 사장이 금강산 관광 사업을 시작하는 꿈을 꿨다더라”는 얘기가 사내에 돌기도 했다. 하지만 회담이 당국자 간의 ‘격’ 문제로 결렬되면서 크게 실망했다.

김 사장은 이 때도 “현대아산의 존립 목적은 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남북경협 사업에 있다”며 “기본 업무가 남북경협에 있고 다른 일은 부수적이라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직원들의 마음을 다잡았다. 또 “금강산 관광 재개가 발표되면 두 달 안에 첫 관광을 시작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대아산은 각종 시설물 점검과 인력 수급계획, 재발 방지 프로세스 등 금강산 관광 사업 재개를 위한 기본 로드맵을 이미 짜놓은 상태다. 남북간 합의만 이뤄지면 곧바로 로드맵을 실행에 옮겨 관광을 시작할 수 있다.

김 사장은 “정주영, 정몽헌 선대 회장이 꿈꾼 남북경협의 미래를 믿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오는 14일 협상이 좋은 결실을 맺어 개성공단 재가동에 이어 금강산 관광 역시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