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본 '해치백 교과서' 폭스바겐 골프

녕하십니까.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카&조이의 공식 폭스바겐 전도사, 복수박입니다. 외국에서 오래 생활하다 보니 박복수보다 복수박으로 불러주는 게 편합니다.

오늘 제가 이 자리에 나온 이유는 이 복수박이 가장 아끼는 차, 해치백(객실·트렁크 구분이 없고 트렁크에 문을 단 승용차) 골프에 대해 설명해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지난달 국내에 출시된 신형 골프는 1974년 세상에 처음 등장한 이후 7세대를 거쳐 진화를 거듭하면서 오늘에 이르렀죠. ‘해치백의 교과서’ ‘원조 해치백’ ‘폭스바겐의 아이콘’…. 골프에 대한 수식어는 아주 많아요.

우리나라에선 ‘골프백이 들어가지 않는 골프’로 가장 많이 회자되지만, 흠흠.. 이 말도 틀린 말은 아니죠. 하지만 골프는 정말 많은 장점과 매력을 갖고 있어요. 지금부터 알기 쉽게 숫자로 설명해드리죠.

◆1+2+3+4+5+6+7=30,000,000

한눈에 봐도 납득하기 힘든 수식이지요? 이 숫자들은 골프가 처음 출시된 후 지난 6월까지 누적생산량 3000만대가 넘었다는 뜻입니다. 1세대부터 7세대까지 39년간 매일 2000명, 매달 6만명의 사람들이 골프를 산 셈이죠. 그만큼 많은 사랑을 받은 차량이에요.

참고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도요타 코롤라입니다. 2위는 포드의 픽업트럭인 F시리즈이지요. 골프가 이들 모델에 이어 3위입니다. 골프는 유럽 자동차 브랜드 사상 단일 모델 중 가장 많이 팔린 차죠. 이제 왜 사람들이 골프를 ‘해치백의 교과서’라고 부르는지 이해가 가시죠?

◆100, 23, 30=29,900,000

이 수식은 좀 더 어려워 보이죠? 하지만 알고 나면 역시 쉬워요. 이번 7세대 골프가 6세대 골프에 비해 얼마나 기술적으로 진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7세대 골프는 6세대에 비해 몸무게(차체 중량)를 100㎏이나 줄였습니다. 차체 경량화는 요즘 자동차업계의 화두죠.

차의 몸무게를 100㎏ 줄이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에요. 게다가 7세대 골프는 6세대보다 덩치(차체)가 커졌기 때문에 더욱 놀랍습니다. 차가 가벼워지니 연비는 이전 모델보다 23% 향상됐습니다. 7세대 골프의 복합연비는 1.6 디젤엔진이 탑재된 모델 기준으로 18.9㎞/입니다. 한 번 기름을 넣으면 1000㎞ 가까이 달릴 수 있죠.

트렁크 용량도 380로 이전 모델보다 30 늘어났어요. 차체 중량을 줄이고 실내 공간을 늘리면서 연비까지 향상시킨 것이죠. 그런데도 국내 판매가격은 2990만원으로 오히려 6세대(3190만원)보다 200만원 싸졌습니다. 덕분에 한국에서도 인기 폭발이죠. 신형 골프는 지난달 출시되자마자 국내 수입차 판매 순위 2위에 올랐습니다.

◆BMW 1시리즈, 벤츠 A클래스, 아우디 A3, 골프

폭스바겐은 양산 브랜드이고 골프는 이 회사의 준중형급 해치백입니다. BMW나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모델이 아닙니다. 그런데 깐깐하기로 소문난 독일 자동차 전문지들도 골프만큼은 동급 프리미엄 모델인 BMW 1시리즈와 벤츠 A클래스, 아우디 A3 등과 비교합니다. 교과서이니 당연한 것이겠죠?

독일 아우토빌트와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 등 전문지가 이들 4개 차종을 비교 테스트했는데 결과는 골프의 승리였습니다. 골프의 광고문구 중에는 ‘oft kopiert. nie erreicht’라는 말이 있죠. 우리말로 하면 ‘자주 베낄 순 있지만 도달할 순 없다’는 뜻입니다. 비교테스트 결과는 이 말이 결코 허풍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만큼 골프는 자동차 역사상 첫 해치백 모델이자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자동차 이상의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낸 ‘아이콘’이라 할 수 있죠. 어떻습니까? 한번 타보고 싶지 않나요?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