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原乳)가격 연동제’ 도입 이후 처음 시도된 우유업계의 우유값 인상이 유보됐다. 매일유업, 서울우유, 동원F&B가 가격 인상을 철회한 것이다. 정부의 압력과 경쟁회사 눈치를 보고 있는 대형마트들이 우유값 인상을 거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매일유업은 당초 8일부터 우유 1ℓ 가격을 2350원에서 2600원으로 인상하는 등 흰우유 가격을 10.6%, 가공유 가격을 9.0% 올릴 방침이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원유 가격 인상액(106원)에 비해 인상 폭이 크다”며 반발했지만 매일유업은 “원유 외에도 물류비 등 인상 요인이 많다”며 우유값 인상을 강행했다.

하지만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하나로마트 등 대형 할인마트 네 곳이 우유값 인상을 거부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하나로마트가 “물가 안정을 위해 매일유업 유제품 전 품목의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다른 유통업체들도 따라갔다. 이마트는 ‘업계 최저가 정책’을 내세우며 매일유업 우유 5개 품목(200㎖, 500㎖, 1ℓ, 1.8ℓ, 2.3ℓ) 가격을 동결했고, 이를 지켜본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8일 오전 일시적으로 인상했던 우유 가격을 원래대로 내렸다.

매일유업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대형마트 측에서 인상안을 거부해 기존에 계약된 가격으로 우유를 공급하게 됐다”며 “원유 가격이 오른 지난 1~7일 하루평균 2억여원의 손실을 입어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9일 가격 인상을 앞두고 있던 업계 1위 서울우유도 대형마트 측의 거부로 가격 인상을 보류하기로 했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대형마트 측과 다시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우유값을 올리기로 했던 동원F&B도 가격 인상을 보류하기로 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