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어리지만) 강하고 경제적인"

미혼여성이 선호하는 연하남의 매력 요인과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수입차의 성공 조건이다. 결혼 시장에선 과욕이라고 지적받을지 모르지만 수입차 시장에선 소비자들이 똑똑해졌다고 평가한다.

수입차 업계가 똑똑해진 소비자 입맛 맞추기에 분주하다. 폭스바겐이 골프를 앞세워 소형 디젤차 열풍을 몰고 오더니 고급차 브랜드까지 이에 가세했다. BMW가 지난해 말 1시리즈를 선보인데 이어 이달엔 메르세데스-벤츠가 A클래스를 내놨다.

7일 경기도 만남의 광장부터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 이르는 일반도로와 서킷에서 A클래스를 타봤다. 시승차는 파노라마 선루프와 16인치 휠을 탑재한 A클래스 스타일(3860만원)이었다.

이 차의 가장 큰 특징은 사이즈가 작아지고 가격이 낮아졌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의 DNA를 유지했다는 거다. 특히 벤츠 특유의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상위모델인 C클래스 못지 않은 운동성능이 돋보인다.

인테리어는 너무 점잖지도 튀지도 않게 고급스러움과 트렌디함을 적절히 섞었다. 천공 가죽에 붉은 색 스티칭 장식이 더해진 핸들과 좌석은 운전석에 앉자마자 '벤츠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 프로펠러 모양의 송풍구가 스포티함을 더해준다. 대중 브랜드를 지향하는 골프와 비교하는 게 무리일 수 있지만 인테리어에선 일단 A클래스의 압승이다.

운동 성능 역시 골프보다 낫다. 가속 페달에 살짝만 무게를 실어도 빠르게 반응하는 게 인상적이다. 최대 136마력의 4기통 디젤 엔진을 얹어 저속 엔진 회전수 구간에서도 초반 가속력이 뛰어나기 때문. 다만 초반 반응성에 비해 시속 100km를 넘어갈 때는 다소 주춤거리는 느낌이다.

실용성 측면에선 어떨까. 우선 A클래스의 복합 연비는 18.0km/ℓ로 배기량이 낮은 골프 1.6 TDI의 연비 수준(18.9km/ℓ)에 준한다. 연료 소모량과 배출가스량을 줄인 블루 이피션시(Blue Efficiency)와 차량이 멈췄을 때 엔진이 자동으로 꺼지는 에코 스타트·스톱 기능을 적용한 덕분에 경제성에도 뒤지지 않는다.

반면 공간 활용성에서 보자면 골프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A클래스는 골프 7세대보다 50mm 더 길어 앞좌석이 넉넉한 편이다. 다만 앞좌석에 비해 3인이 앉을 수 있는 뒷자석은 좁은 느낌이다. 트렁크 크기도 골프(380ℓ)보다 적은 341ℓ로 넉넉한 수납공간이 필요한 가족 단위보다는 미혼에게 적합할 듯하다.

브리타 제에거 벤츠코리아 사장은 이날 시승 행사에서 "폭스바겐 골프는 크기가 비슷하고 해치백이라는 점도 같지만 A클래스의 경쟁모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프리미엄 소형차인 A클래스는 골프와 시장 포지셔닝 자체가 다르다는 의미였지만 그만큼 A클래스에 자신있다는 뜻으로 들렸다.

가격 역시 3490만원부터 시작해 골프 2.0 TDI(3290만원)와 가격 격차를 좁혔다. 스타일을 따지는 미혼 여성이라면 청바지를 입은 부잣집 연하남 A클래스를 탐낼 만도 하다.

인제=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