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문체부의 '제멋대로 보조금'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민족문화 계승기반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다산 탄신 250주년 사업’을 비롯한 15개 행사에 10억9000만원을 지원했다. 문체부의 ‘민간단체 보조금 관리에 관한 규정’은 민간단체가 사업을 주관할 경우 총 사업비의 10% 이상을 자체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민간단체의 책임성을 높이는 동시에 국가 재정 투입을 최소화하기 위한 일종의 매칭펀드 방식이다.

하지만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내놓은 ‘2012 회계연도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행사는 민간단체의 부담 없이 문체부가 전액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족문화와 상관없는 행사에 지원한 사례도 있었다. 15개 행사 가운데 ‘청소년 인성교육’ ‘제주도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 살리기 문화제’ ‘선진 교통문화 만들기 운동’ 등은 민족문화 계승기반 구축사업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보조금 지원 기준도 제멋대로였다. 문체부는 종교문화활동 지원사업을 통해 지난해 30개 행사에 55억3700만원을 지원했는데, 보조금 비율은 17~91%로 다양했다. 대한불교조계종유지재단이 연 3개 행사의 경우 주최자가 같은 행사인데도 보조금 비율이 각각 17%, 24%, 50%로 제각각이었다. 예산정책처는 “재정상황과 행사의 특성을 반영하는 지표를 마련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지원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문체부가 사용한 국고보조사업 예산은 총 2조4622억원으로 전체 사업비(3조6428억원)의 67.6%에 달했다. 그런데도 문화사업 지원은 지역·단체 안배 차원에서 단순 분배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러다 보니 예산 낭비는 물론 비리가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문체부 산하단체에선 한 직원이 보조금 6억37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문화융성’을 주요 국정 과제로 내건 박근혜 정부는 문체부 예산을 현재 정부 예산의 1.2%에서 2017년까지 2%로 늘릴 계획이다. 지원 사업이나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현재 1500개인 지원 사업 수를 1000개까지 줄이겠다는 유진룡 문체부 장관의 방침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민간단체의 자생력을 길러주자는 국고지원사업의 근본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투명하고 효율적인 보조금 지원 체계를 갖춰야 하지 않을까.

이승우 문화부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