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 연주자들이 연주한 윤이상 선생님의 곡을 들으면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아요. 국악에서 영감을 받은 부분이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윤 선생님의 곡은 한국인들이 가장 잘 연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한국의 차세대 첼리스트로 손꼽히는 박 안젤라 진영(사진)은 지난해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동시에 가장 유망한 한국연주자에게 주어지는 박성용영재특별상을 받았다. 박씨는 내달 1일 오후 8시 서울 신문로 금호아트홀에서 수상 기념 연주회를 연다.

이번 연주회에서 박씨는 윤이상이 작곡한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노래’를 비롯해 코다이, 브리튼 등 현대곡과 바흐의 비올라 다 감바 소나타 1번, 슈만의 아다지오와 알레그로 등 폭넓은 레퍼토리를 준비했다.

“평소에 독주회 연주 순서 짜는 일을 즐기는 편이에요. 전채부터 메인요리를 거쳐 후식까지 이어지는 메뉴처럼요. 이번에는 메인요리로 윤 선생님의 곡을 넣고 앞뒤로 현대음악을 넣었어요. 바흐는 전채요리, 슈만은 디저트라고 할 수 있겠네요.”

박씨는 “외국 사람들이 한국 대표 작곡가로 윤이상을 꼽는 것을 보고 처음 관심을 갖게 됐다”며 “그가 마지막으로 활동했던 독일에는 윤이상 전문가가 있을 정도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평소 현대곡에 관심이 많은 박씨를 자극하는 음악은 20세기에 만들어진 첼로 협주곡이라고 한다. 윤이상이 만든 첼로 협주곡도 그 가운데 하나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곡가들이 만든 좋은 곡을 찾아 연주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 같아요. 윤 선생님의 첼로 협주곡은 워낙 대곡이라 제대로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이 세계에 5명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도전해볼 생각이에요.”

그가 콩쿠르에서 받은 박성용영재특별상은 문화예술에 특별히 관심이 많았던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11세 때 금호영재로 뽑힌 박씨는 고 박 명예회장과도 인연이 깊다.

“2004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연주자를 뽑는 그린필드 콩쿠르 주니어 부문에서 우승한 적이 있어요. 공교롭게도 상위 네 명이 모두 금호영재 출신이었죠. 미국까지 온 박 회장님이 저희 네 명을 모두 음반가게로 데려가 음반을 사주기도 하셨어요.”

전석 3만원, 학생증 지참 시 청소년 8000원. (02)6303-1977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