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실패땐 리먼급 폭풍 불 수도"
‘아베노믹스의 실패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리먼브러더스급 파장이 올 수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마이클 마네타 루비니글로벌이코노믹스 수석 경제연구원의 말을 인용, “아베노믹스의 실패는 세계 경제 전체에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베노믹스를 줄곧 지지해온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달 들어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아베노믹스의 실패’를 꼽았다.

일본 경제의 가장 큰 불안 요인은 국내총생산(GDP)의 2.5배에 달하는 국가 부채다. 투자자들은 그동안 초저금리의 매력 때문에 일본 국채를 보유해왔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막대한 돈풀기에도 저성장이 지속되면, 투자자들은 일본 정부가 빚을 갚을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는 일본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일본 정부가 부채를 감당하기 어려워지는 ‘하이퍼 인플레이션’ 위기에 놓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도쿄에서 열린 한 강연회에서 “투자자들이 일본의 재정 상태를 신뢰하지 않게 되면 장기 금리는 상승한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문제 해결과 재정 재건을 위해 대처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일본의 국가 부채가 포화 상태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대해 채권단은 ‘아직 괜찮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동안 일본 국채의 95% 이상을 일본인(연기금과 은행권)이 사들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가계 예금으로 유지됐던 일본 채권시장이 거의 포화 상태에 도달했고, 앞으로 3~4년 내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 가계 저축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연기금과 은행권이 투자 재원 부족으로 국채를 팔아치울 수도 있다는 얘기다.

WSJ는 일본이 부채 위기를 피하려면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인 경제구조 개혁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중에 돈을 풀었던 첫 번째 화살과 재정정책 개혁을 내놓은 두 번째 화살은 모두 경기부양을 위한 온건적인 조치였을 뿐 성장을 이끌 대대적인 혁신안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