他지역 기업 차별 '지자체 조례' 손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와 규칙을 전수조사해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조항들을 집중적으로 걸러내기로 했다. 2008년 이후 5년 만의 조사로 지난 5년간 새로 생긴 9만2000여개의 모든 조례와 규칙이 대상이다. 특히 대형마트 입점을 제한하는 도시계획 조례, 타지역 업체를 차별하는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촉진 조례 등이 조사 대상에 대거 포함될 예정이다.

◆5년 만의 전수조사


공정위는 지난 5월 한국규제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진국 배재대 아펜젤러국제학부 교수와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한 뒤 현재 지자체의 모든 조례, 규칙의 실태를 파악하는 데 착수했다고 28일 밝혔다. 공정위는 2007년과 2008년에 각각 광역 지자체, 기초 지자체의 조례와 규칙을 전수조사해 공정 경쟁을 가로막는 사례를 찾아 시정을 권고했다. 광역, 기초 지자체의 관련 규제를 한꺼번에 파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는 그동안 지자체의 규제개혁위원회에 참여해 자치 법규 제·개정을 심의하면서 지자체의 경쟁 제한적 조항을 비정기적으로 시정해왔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전수조사에 나서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10월까지 관련 조사를 마치고 해당 지자체에 시정을 요구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3조에 따라 지자체의 불공정한 시장 구조를 상호 협의 아래 개선할 수 있으며 지난해 3분기까지 지자체의 조례와 규칙 915건을 바로잡았다.

◆지역 이기주의 집중 점검

이번 조사 항목은 크게 △진입제한 △사업활동 제한 △차별적 규제 등이다. 특히 지역 이기주의에 따라 도입한 조례와 규칙이 중점 점검 대상이다. 서울 인천 광주 등의 해당 지역 건설업자가 지역 공공발주 공사에 우선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촉진 조례’가 대표적이다. 또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문구가 들어간 조례들도 대부분 타지역 업체를 차별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공정 경쟁을 제한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위탁관리 업체를 해당 지자체장이 임의로 정하도록 규정한 서울 강남구, 부산 사하구 등의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와 시장에서 영업을 하기 전에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대부분 지자체의 ‘공설시장 설치 및 사용 조례’ 등도 진입을 제한하는 규제로 꼽힌다.

◆대형마트 입점 규제 사라질까

대형마트의 출점을 막는 각종 조례도 조사 대상이다. 부산 대전 부천 등이 준주거지역에서 비슷한 규모의 상업·판매시설은 허용하면서 대형마트(매장 합계 면적 3000㎡ 이상)의 건축을 막고 있는 도시계획 조례가 검토 대상으로 거론된다.

또 건물을 지을 때 받는 교통영향평가에서 대형마트에 적용하는 교통유발계수를 용지 용도에 상관 없이 5.46에서 8.19로 올려 교통유발 부담금을 늘린 대구의 ‘교통유발부담금 조례’도 대형마트의 입점을 막는 규제로 지목된다.

조사를 맡고 있는 김진국 교수는 “지자체의 역할이 커지면서 공정한 시장 경제를 저해하는 규제와 규칙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자체들의 경쟁 제한적 조례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