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式 세일, 가격 왜곡…길거리 매장 위주 영업
해외업체 M&A 검토
지방 도시서 가장 비싼 땅, 우리 매장 찾으면 돼
내년 60주년을 맞는 제화업계 1위의 금강제화 신용호 사장(59·사진)은 백화점보다는 길거리 매장을 선호한다. 23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난 신 사장은 “백화점 영업은 세일을 염두에 두고 처음부터 높은 값을 책정하는 등 가격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어 썩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대신 “금강제화의 색깔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길거리 매장이 중장기적으로 훨씬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1980년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줄곧 금강제화에서 일해온 신 사장은 신중함과 과감함을 겸비한 경영자로 유명하다. SPA(패스트 패션)를 도입, 신발과 의류의 제조 및 판매방식을 바꾸는 경쟁업체들이 늘고 있지만 그는 “금강제화는 절대 SPA 같은 무리한 사업확장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PA는 물건을 미리 대량으로 만들어 놓고 팔아야 하는 구조인데 재무적 리스크가 크다”는 것. 유행을 따라 하기보다는 돌다리도 두드리는 신중함이 엿보인다.
그렇다고 금강제화가 보수적 경영문화에만 젖어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브랜드를 모아 한꺼번에 전시하는 소위 ‘멀티 숍’을 국내업체에서 가장 먼저 도입한 게 금강제화다. 신발(레스모어)뿐 아니라 애플의 IT기기를 파는 프리스비도 금강에서 만들었다. 해외 고급 브랜드를 들여오는 것도 적극적이다. 이탈리아의 브루노말리는 판매 3년 만인 작년 750억원의 매출을 올려 첫해보다 6배 많은 매출을 기록했다.
신 사장은 “금강제화란 브랜드에 젊은 이미지를 심는 게 요즘 힘을 쏟은 일”이라고 말했다.“모든 연령층의 브랜드를 모아놓을 수 있는 멀티숍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해나갈 것”이라며 “중후장대하고 고급스러운 기존 이미지를 유지하되 밝고 화려한 제품을 선호하는 젊은이들의 취향을 적극 반영한 영업전략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를 위해 해외 유명 브랜드를 들여오거나, 해외 신발제조업체를 M&A(인수 및 합병)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신 사장은 경쟁업체들이 외환위기 이후 고전하고 있는 것과 달리 금강제화의 매출이 매년 늘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 “재고를 최소화하는 전략적 경영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의류나 신발판매회사가 보통 50~60%의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금강제화는 판매율이 90%에 달한다”며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한 것이 안정된 경영을 할 수 있었던 힘”이라고 자평했다.
상품권을 너무 남발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신 사장은 “설과 추석에 선물용을 발행한 것이 돌고 돌아 많아 보이는 것일 뿐 절대물량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금강제화는 작년 (2011년 7월~2012년 6월) 계열사를 포함해 총 6800억원의 매출액과 15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