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백 "왕조 기록 옮기는 데 자부심…역사 내비게이션 역할 기대"
총 4618쪽, 2만5000컷에 조선왕조 500년의 정사(正史)를 담아낸 역사만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휴머니스트)이 20권으로 완간됐다. 2003년 7월 제1권 ‘개국’ 출간 이후 10년 만에 완결본 ‘망국’편이 22일 나왔다.

박시백 화백(사진)은 이날 열린 완결본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선조들이 남긴 위대한 기록인 조선왕조실록을 공부하고 옮기는 과정에서 큰 자부심을 느꼈다”며 “이 작업이 사람들을 정사로 안내하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화백은 대부분 야사(野史)를 바탕으로 쓰인 기존의 역사책들과 달리 조선왕조실록의 정사를 충실히 옮겨 ‘역사학자들이 좋아하는 역사 만화가’로 불린다.

1990년대 후반 ‘왕과 비’ ‘연산군’ 등의 TV 사극을 즐겨 보던 그는 역사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는 생각으로 조선왕조실록을 접했고, 2001년 본격적으로 실록 공부를 시작했다. 그해 4월 실록을 만화로 옮기겠다는 열망으로 몸담고 있던 한겨레신문을 떠나 전업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10년간의 작업을 조선의 몰락으로 마무리하는 데 대해서는 “오늘날의 시점으로 보면 답답하고 안타까운 측면이 있지만 독립운동에 헌신하는 등 당시의 관점으로는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망국의 순간이지만 부끄러운 역사는 분명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조선왕조실록은 왕과 신하들이 했던 회의와 중요 정책결정 과정 등 대부분의 왕조사를 기록한 것으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당대의 왕들이 실록을 보지 못하게 철저히 차단하고, 소실될 경우에 대비해 네 군데에 나눠 보관한 것도 대단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사건에 대해서는 “기록을 대하고 보존하는 선조들의 태도를 본받아 적어도 앞으로는 이런 일이 재발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밝혔다.

조선 역사상 가장 뛰어났던 왕으로는 역시 세종을 꼽았다. 전제군주정이었음에도 민주적인 소양을 충분히 갖추고 국가 중대사를 흔들림 없이 추진했다는 얘기다.

“세종대왕을 보면 하늘이 내린 임금이라는 생각밖엔 들지 않습니다. 타고난 자질 자체가 정말 대단해요. 정책을 만드는 기획력과 성실함, 민주적으로 토론하고 결정이 내려지면 끝장을 보는 추진력까지 모든 걸 갖춘 천재였습니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시리즈는 출간 이후 지금까지 약 70만권이 팔렸다. 출판사 측은 “내년부터는 미국 등 해외 판권 계약을 통해 조선 역사를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 20권 세트 21만7000원.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