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에 이어 정부의 또 다른 수입원인 과징금과 과태료도 예상보다 훨씬 덜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거래법 위반 기업 등에 부과하는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과 도로교통법 위반자 등에게 부과하는 경찰청 과태료 상반기 징수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뿐 아니라 이들 기관이 목표치를 제대로 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공정위와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두 기관이 각종 법 위반 기업이나 개인으로부터 걷어야 할 과징금과 과태료는 1조4492억원. 그러나 상반기 징수액을 감안하면 연간 기준으로 5000억원 정도가 덜 걷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공정위의 올 상반기 과징금 징수액은 2331억원에 그쳤다. 이는 올해 목표치 6043억원의 38%에 불과하다. 이런 추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지면 올해 연간 과징금 징수액은 76% 수준에 그쳐 목표액에 1372억원이 모자랄 가능성이 높다. 경찰청은 더 심각하다. 올해 예산 편성 때 과태료 징수액을 8449억원으로 잡았지만 상반기 징수액은 2455억원에 그쳤다. 목표치의 29%에 불과했다. 하반기에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면 연간 목표 대비 58%밖에 못 걷는다. 나머지 42%에 해당하는 3548억원이 부족해지는 셈이다.

상반기에만 세수가 예상보다 10조원가량 덜 걷힌 비상 상황에서 과징금과 과태료 감소는 재정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매년 세수와 함께 과징금과 과태료 등 각종 세외 수입을 고려해 지출 계획을 짠다”며 “실제 수입이 줄어들면 지출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경기 침체로 대규모 세수 부족이 우려되고 있어 정부는 각종 세외 수입 징수 실적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과징금과 과태료마저 수천억원이 펑크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과징금과 과태료 징수가 부진한 것에 대해서는 애초 예산 편성 때부터 주먹구구식으로 목표치를 잡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이 대표적이다. 경찰청은 작년에도 7512억원의 과태료를 걷을 수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3960억원밖에 못 걷었다. 징수율은 53%에 그쳤다. 당시 국회 예산정책처 등에서 “세입 결손이 우려된다”며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했지만 경찰청은 올해 징수 목표를 낮추지 않고 오히려 늘려 잡았다.

공정위의 과징금 목표도 현실성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공정위는 매년 예산을 편성할 때 직전 3개 연도 평균 과징금을 기준으로 과징금 목표를 잡는다. 즉 올해 과징금 목표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걷힌 과징금을 기계적으로 평균한 것이라는 얘기다. 이렇다 보니 공정위 내에서조차 “과징금 목표가 들어맞은 적이 한 번도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세종=주용석/김우섭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