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2차전지에 승부 걸었다
삼성SDI가 2차전지(충전을 통해 반영구적으로 사용하는 전지)로 승부수를 띄웠다. 1조원을 웃돌 올해 투자금액의 90%가량을 2차전지 관련 시설 및 연구·개발(R&D)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세계 시장점유율 1위인 소형 2차전지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중대형 전지인 자동차전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을 선점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올해 역대 최고 1조원 투자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올해 시설 투자에 지난해(4539억원)보다 60% 늘린 7100억원가량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R&D 투자도 지난해 3270억원에서 올해 4000억원가량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2007년 이후 6년 만에 1조원 이상(연간 기준)을 투자하게 된다.

올해 투자 금액의 90%가량은 2차전지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업체와의 격차를 더욱 벌려 세계 1위 자리를 확고히 다지기 위해서다. 삼성SDI는 소형 2차전지 부문에서 2010년 산요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선 이후 정상을 지키고 있다.

급성장하고 있는 중대형 전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자동차전지 시장과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대한 투자도 늘릴 계획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보쉬와 함께 설립했던 자동차용 2차전지 합작사 SB리모티브를 흡수합병하고 자체 자동차전지사업부를 신설했다. 전기를 저장한 뒤 필요할 때 공급할 수 있도록 해주는 ESS에 대한 투자도 늘릴 방침이다. 자동차용 전지와 ESS 등 차세대 에너지는 원가 경쟁력과 양산 기술 확보를 위한 R&D 투자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친환경 에너지를 주력 사업으로

삼성SDI는 지난 1분기 333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적자를 낸 것은 4년 만이다. 2분기엔 흑자전환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영업이익 규모가 작년 같은 기간의 절반에도 못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올해 공격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이유는 2차전지가 미래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진공관과 브라운관을 시작으로 디스플레이 사업을 핵심으로 키워온 삼성SDI가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전체 매출에서 브라운관과 PDP 등 디스플레이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30% 이상에 이른다. 하지만 올해 투자 예정금액 중 디스플레이에 배정된 액수는 10%도 채 안된다. 평판 TV 수요가 늘면서 브라운관 TV가 설 자리를 잃었고 LED에 밀려 PDP 수요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서다.

삼성SDI는 지난해 말레이시아 브라운관 생산라인의 가동을 중단하고 2차전지 생산라인으로 바꾸기도 했다. 회사의 매출 구조도 급변하고 있다. 2차전지 사업부문 매출은 2011년 52%로 절반을 넘어섰고 지난해 59%, 올 1분기엔 67%로 높아졌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금은 자동차용 전지와 ESS에서 나오는 매출이 적지만 내년부터는 수주 효과가 나타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