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수의 급증이 국내 유통업계 흐름을 바꿔놓고 있다. '나홀로 가구'를 위한 기획상품들이 잇따라 등장,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식품전문기업 신젠타가 1인 가구를 겨냥해 평균 중량 1.5~3kg의 미니수박 '퓨어하트'을 내놓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 기업들도 작고 간편하면서 실속 있는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인구구성과 소득, 소비지출 구조의 특성을 좀더 분석해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솔로 이코노미 시대 下]도시락·1인용밥솥·나홀로 여행까지…"1인 가구 특성 맞춰 상품 내놔야"
◆ 편의점 '도시락', 온라인쇼핑은 '소형가전' 등 인기

1인 가구 수의 급증으로 최대 수혜를 보고 있는 기획 상품이 바로 편의점의 간편 도시락이다. 국내 주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도시락의 매출은 매년 평균 40%가 넘는 고(高)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편의점 1위 사업자인 CU편의점에서 도시락 매출 신장률은 2011년 42.4%, 지난해 43.2%로 해가 갈수록 대폭 늘어나고 있다. GS25는 올 상반기 도시락 누적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이상 늘어날 정도로 급성장했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도시락 매출 성장률이 100%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효자 상품이 됐다. 미니스톱은 아예 유명 요리사(셰프)인 에드워드 권과 손잡고 수제 도시락을 출시하는 등 특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편의점과 달리 온라인 쇼핑몰에선 값이 싼 저관여 상품들이 판매 순위 상위권을 휩쓸었다. 특히 주기적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층이 다른 유통채널보다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설명이다.

저관여 상품이란 가격이 비싸지 않으면서도 제품별로 큰 차이가 없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간편식이다. 온라인 오픈마켓 옥션의 상반기 판매순위 1위는 지난해에 이어 간편식이 차지했다. 따로 반찬 없이 한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즉석 덮밥의 경우 올 상반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80%나 증가했다.

간편식과 함께 눈에 띄는 건 도시락이나 남는 밥을 넣어 들고 다닐 수 있게 만든 '밥팩'이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는 밥팩의 판매량이 덩달아 늘어난 이유로 혼자 식사를 하는 인구가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소셜커머스 업체인 티켓몬스터에서도 올 상반기 간판스타는 간편식이었다. 전자레인지에 간단하게 데워 먹을 수 있는 간편밥을 포함해 상반기에만 '즉석' '캔' '탕'류의 제품 신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81% 늘었다.

1인 가구가 거주하는 실내 공간에 최적화 시킨 가전제품들도 인기다. 쿠팡에서서는 '나홀로' 가구에 적합한 상품인 소형 가전을 잇따라 내놨다. 작은 공간에 둘 수 있도록 만든 미니오븐은 행사 하루만에 3000개 가량 판매됐고 지난달에 내놓은 '싱글족' 전용 소형 청소기 역시 1000개 모두 완판됐다.

◆ 홈쇼핑은 '소포장' 인기…소형 포장에 매출 '쑥쑥'

홈쇼핑 업체들은 아예 상품 기획단계부터 대용량 포장을 1인 가구에 맞는 소형 포장으로 바꾸고 있다.

실제 NS홈쇼핑은 기존 400g 상품으로 내놓던 '언양불고기'를 200g 단위로 다시 내놓고나서 매출이 이전 대비 두 배 이상 뛰었다. 회사 측에서는 기존 4인 가구에 최적화된 상품 구성에서 벗어나 더 작은 인원의 가구수를 고려해 상품을 재출시 했던 것 적중했다는 자체 평가다.

CJ오쇼핑도 1인 가구 트렌드를 반영해 2011년부터 식품군에서 소포장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소포장 제품은 구매단계에서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덜어줘 다른 제품을 추가 구매하게 만드는 시너지 효과도 있다는 것.

CJ오쇼핑 관계자는 "1인 가구를 겨냥한 소포장 견과류 제품이 대표적인 사례"라며 "견과류와 함께 블루베리, 콩류 등 관련 상품들의 매출도 덩달아 오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 '톡톡 튀는' 1인용 아이디어 등장…1인용 피자에서 나홀로 떠나는 여행까지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는 나홀로 여행객이 증가함에 따라 여행 시즌이 되면 1인 전용 여행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싱글족 전용 여행 상품은 기존 여러 명이 떠나는 여행 상품과 달리 비용이 더 비쌀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나홀로 여행객들이 늘어남에 따라 비용을 상쇄할 수 있다는 게 여행업계의 설명이다. 인터파크는 올해도 '혼자 여행하기 좋은 동남아 자유여행' 등 1인 여행객들을 위한 상품을 내놨다.

외식 업계에서도 혼자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개성 만점' 1인용 메뉴가 줄을 잇고 있다. 피자헛은 혼자서 가격 부담 없이 피자를 먹고 싶은 소비자들을 위해 1인 전용 피자를 매시즌 판매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1인 전용 피자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0% 이상 상승하는 등 1인용 메뉴 수요가 대폭 늘었다. 놀부보쌈은 기존 대·중·소로 판매하던 보쌈을 아예 1인분으로 내놨다. 최소 2만 원 이상이던 보쌈을 8000원에 내놓으면서 혼자 매장을 찾는 고객 역시 메뉴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다.

◆ "1인 가구 특성 맞는 차별화된 상품 내놔야"
자료제공=삼성경제연구소
자료제공=삼성경제연구소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놓은 '인구와 가계 통계로 본 1인 가구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현재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5.3%로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1인 가구였다.

1인 가구의 인구 구성을 보면 중년 남성 1인 가구가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었다. 40∼50대 중년 남성이 1인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16.3%로 2000년보다 5.1%포인트 증가했는데, 이는 증가폭 측면에서 모든 성별·연령별 구성비 중 가장 큰 규모다. 40∼50대 미혼 남성과 50대 이혼 남성의 증가가 중년 남성 1인 가구가 늘어난 주 요인으로 분석된다.

소득 측면에서는 1인 가구의 소득이 2인 이상 가구보다 낮고, 두 부문 간 소득 격차도 확대되고 있었다.

이는 1인 가구 중에서 3분의 2 가량을 차지하는 20∼30대 청년층 1인 가구와 70세 이상 고령 1인 가구의 소득 부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은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소비지출 측면에서는 최근 수년 간 2인 이상 가구의 평균 소비성향은 하락세를 지속한 반면, 1인 가구의 평균 소비성향은 상승세를 이어갔다"며 "이는 1인 가구의 경우 소비지출 중 주거비, 식료품비 등 필수소비의 비중이 높아 소득 악화에 맞춰 소비를 줄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따라서 소득수준은 높지만 소비성향이 낮은 중년 1인 가구를 위해 다양한 고급형 상품을 개발하고, 소득이 낮은 청년층과 고령층 1인 가구에 대해서는 간편하고 알찬 실속형 맞춤상품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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