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가치투자의 달인] 강방천 에셋플러스운용 회장, 中 소비·모바일 콘텐츠가 '답'
“앞으로 주목해야 하는 세 가지는 △중국의 내수 1등 기업 △모바일 콘텐츠 생태계 △미국의 재부상입니다. 여기에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우량 기업을 찾아 투자해야 합니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운용 회장은 15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뒤 5년이 지난 현재 새로운 트렌드를 눈여겨 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회장은 먼저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내수 시장에서 과점적 지위를 차지할 1등 기업들의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중국 증시가 부진했던 이유는 신규로 진입한 기업들이 과도한 경쟁을 벌이면서 수익을 갉아먹었기 때문”이라며 “중국 경제가 부진하면 한계기업들이 정리되고 1등 기업들의 수익성은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재부상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 회장은 강조했다. 그는 “선진국 가운데 생산 가능인구가 꾸준히 늘어나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며 “최근 미국 증시 상승은 이러한 실물 경제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바일 정보기술(IT) 산업에 대해서 강 회장은 “고속도로를 만들 때는 시멘트 업종(하드웨어)이 주목받지만 완성되면 그 위를 달리는 자동차 업종(소프트웨어·콘텐츠)의 시대가 열린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떨어지고 구글이 상승하는 것은 시대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강 회장은 “2008년 7월 운용사 전환 이후 내놓은 3개 펀드가 모두 수익률 상위 5%에 들었다”며 “변함없는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게 견고한 수익을 낼 수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코리아리치투게더자1C’는 80.91%, ‘글로벌리치투게더자1C’는 62.58%, ‘차이나리치투게더자1C’는 18.11%의 누적수익률을 각각 거뒀다. 최근 1년 수익률은 각각 15.55%, 21.96%, 16.36%다. 강 회장은 “안전마진(기업의 내재가치와 시가총액의 차이)보다 훌륭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것이 가치투자”라며 “늘 새로운 소비자를 개척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을 계속해서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4년간 많은 일본 기업들이 글로벌 체제를 완성했습니다. 저성장·고령화로 일본 국내시장은 정체돼 있지만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활동하는 일본 기업들은 충분한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사와카미 아쓰토(澤上篤人) 일본 사와카미투자신탁 회장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화된 일본 기업들을 눈여겨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와카미 회장은 16일 열리는 에셋플러스운용의 5주년 운용성과 보고대회에서 강연하기 위해 방한했다. 사와카미 펀드는 개인투자자 자금만으로 운용하지만 6월 말 현재 운용자산은 3111억엔(약 3조5165억원)으로 일본 내 2위 규모다. 2003년부터 10년간 수익률은 69.9%, 최근 1년간 수익률은 52.4%에 달한다.

사외카미 회장은 “최근 가장 주목할 만한 트렌드는 글로벌 생산 및 판매 체제를 구축한 일본 대기업이 늘고 있다는 점”이라며 “전자 업종은 그동안 삼성전자의 독무대이다시피 했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일본 기업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와카미 펀드는 가오(생활용품), 신에쓰화학, 일본특수도업(TGKTNK), 다이킨공업 등 환율에 상관없이 꾸준한 매출을 올리는 우량 기업을 다수 편입하고 있다.

사와카미 회장은 아베노믹스에 대해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모두 강한 정책”이라며 “지금은 밝은 면만 도드라지고 있지만 결국 금리 상승 압력이 거세지면서 어두운 면도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사와카미펀드는 그동안 상당액을 채권에 투자해 왔지만 지금은 하나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금리가 상승해 피해를 입는 기업들이 다수 발생하면 일본 증시 내에서 상승하는 종목과 하락하는 종목이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와카미 회장은 “최근 기관투자가들은 단기 실적에만 매몰돼 기업 본질 대신 금리나 환율 같은 단기 변수에 일희일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연기금도 단기 실적에 목매는 운용사를 통해 투자가 이뤄지면서 수익이 낮아지고 운용 비용은 치솟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가 누적되면 공적 연금이 몰락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