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쏟아지는 날…삼성의 속앓이
지난 9일 맨홀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는 사진과 함께 ‘강남역 또 침수’란 속보가 트위터에서 퍼졌다. 수십만건이 리트윗되자 서울시가 공무원을 급파, 현장을 확인하는 소동 끝에 해당 사진이 작년 것임을 밝혀냈다.

이 해프닝을 지켜본 적지않은 삼성 서초사옥 임직원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2011, 2012년 반복된 서울 강남역 침수 사태가 올해도 재발될까 우려돼서다. 대형 빌딩 3개동으로 이뤄진 삼성 사옥이 있는 강남역 일대는 2011년 주변 건물 지하가 모두 물에 잠기는 침수 사태를 겪었다. 작년 8월에도 집중 호우에 무릎까지 물이 차오르기도 했다.

삼성이 난감한 건 이 지역 침수 원인을 놓고 서울환경운동연합 등에서 ‘삼성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가 사옥을 지을 때 사옥과 강남역을 잇는 지하통로를 내기 위해 서초구청에 설계 변경을 요청했고, 서초구청이 이를 받아들여 하수관 통로를 높이는 바람에 장마철 빗물이 역류한다는 게 이들 주장의 요지다.

삼성 측은 억울해한다. 주변 지역보다 17m나 낮은 강남역은 삼성사옥이 들어서기 전인 1998년, 2001년, 2006년에도 침수된 곳이다. 또 작년과 재작년에는 30년래 하루 강수량 기록을 갈아치우는 집중호우가 내렸다.

이런 강남역의 침수 책임까지 덮어씌우는 게 터무니없지만 경제민주화로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와중이어서 하소연할 곳조차 마땅치 않다. “설계 변경을 허가한 주체나 하수관거 관리를 맡은 곳은 서초구청이지만 장맛비가 요즘처럼 쏟아질 때면 걱정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다”는 게 삼성 관계자의 전언이다.

서울시와 서초구청은 지난 5월부터 강남역 인근에서 공사를 벌이고 있다. 인근 용허리 공원에 1만5000 규모의 빗물 저류조를 설치하는 공사다. 문제는 이 공사가 올 12월에나 끝난다는 것이다. 삼성의 한 고위 임원은 “올해는 제발 강남역에 집중호우가 내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