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커머스에 명품공연도 등장
공연 마니아인 최인후 씨는 얼마 전 소셜커머스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봤던 뮤지컬 ‘애비뉴Q’의 내한공연이 올라와 있었기 때문. 그는 “소셜커머스에 올라오는 공연은 대부분 소극장에서 하는 저가공연인 줄만 알았는데 질 좋은 공연도 싸게 볼 수 있다니 앞으로 자주 이용해야겠다”고 말했다.

소셜커머스에 명품공연이 등장하고 있다. 티켓몬스터(이하 티몬)는 공연기획사 설앤컴퍼니와 손잡고 뮤지컬 ‘애비뉴Q’의 R석, S석, A석을 각각 7만7000원(정상가 11만원), 5만6000원(8만원), 3만5000원(5만원)에 판매한다. 이 공연은 뮤지컬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토니상에서 ‘위키드’를 제치고 3관왕을 차지한 명품 뮤지컬이다.

티몬은 인형발레인 ‘백조의 호수’도 70% 할인한 1만2000원에 판다. 이 관람권은 벌써 2000명이 구매했다. 오디뮤지컬컴퍼니의 뮤지컬 ‘스팸어랏’은 60% 할인한 2만6400원에 팔고 있다.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도 ‘프리미엄 문화 기획전’을 열어 명품공연을 싼값에 내놓고 있다. 쿠팡은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 원작인 동명 뮤지컬을 40~60% 할인한 2만4000~6만원에 판다. 그루폰은 ‘그루폰 아트앤컬처 프로젝트’란 이름을 내걸고 미술전시회인 ‘고갱 회고전’ 입장권을 40% 할인해 7800원에 팔고 있다.

명품공연이 소셜커머스에 등장한 것은 공연기획사와 소셜커머스 회사 간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기획사 입장에서는 기업에 단체로 판매하는 관람권의 할인율과 소셜커머스가 제시하는 할인율이 크지 않은 데다 소셜커머스를 통해 새로운 고객을 발굴할 수 있으니 손해보지 않는 장사인 셈. 소셜커머스로선 그간 저가상품만 판매한다는 이미지를 깰 수 있고 좋은 작품을 소개해 타 업체와 차별성을 가질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송철욱 티몬 홍보실장은 “소셜커머스는 싼 제품을 판다는 인식을 깨기 위해 수준이 높은 공연을 찾아 소개하고 있다”며 “크게 이익을 남기기보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전시내 쿠팡 홍보과장은 “소셜커머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변화하고 있는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싼 상품을 사기 위해 소셜커머스를 이용했으나 최근에는 좋은 상품을 할인해서 사고 싶어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종원 뮤지컬평론가는 “관람객들이 소셜커머스를 통해 보다 싸게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이렇게 공연 향유층이 늘어나면 전체 공연 시장도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