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기관 재편 논의 어디까지 왔나…"산은·정책금융公 통합안, 아직 유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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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금융위·산업부 '제 밥그릇 챙기기' 급급
정부가 산은금융지주와 정책금융공사를 통합하는 방안을 여전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의 대외 정책금융(ECA)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은 다음주부터 논의키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10일 서울 세종로 프레스센터에서 ‘정책금융 체제 개편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산은금융지주와 정책금융공사 간 업무중복 문제를 논의했다.
◆“역진방지조항 피해갈 수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는 산은과 정책금융공사를 통합하는 방안, 통합하지 않는 방안, 제3의 방안 등이 같은 비중으로 제시됐다.
한 관계자는 “통합하지 않는 방안이 거의 확정적으로 언론에 보도돼 당혹스럽다”며 “아직 논의도 하지 않은 내용이 어떻게 확정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두 조직을 통합하면 자본금이 줄어들고, 동일인 여신 한도 문제 등이 있다고 하는데 논의 결과 그런 것이 큰 문제는 아니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통합의 또 다른 걸림돌로 지적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역진(逆進)방지조항’ 문제에 대해서도 알려진 것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FTA의 역진방지조항은 일단 개방한 시장을 다시 닫을 수 없다는 취지인데, 산업은행 민영화를 철회하는 것도 시장경쟁을 막는 행위로 이 조항에 위배될 수 있다는 게 일부 TF 참가자들의 우려다.
또 다른 TF 관계자는 “역진방지 조항은 물론 고려해야 하는 문제이지만, 반드시 민영화 쪽으로만 가야 하고 되돌릴 수 없다는 식으로 단순화할 수 없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용두사미 비판도 부담
금융위 내부에서도 통합 쪽에 좀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한 금융감독 당국 관계자는 “통합은 물 건너갔다는 것은 잘못된 정보”라며 “산은·정책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를 교통정리하는 것이 TF의 핵심인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TF를 마무리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여기엔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취임 후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4대 TF의 성과도 걸려 있다. 결과가 이미 발표된 3개 TF 가운데 금융감독 체제 선진화 TF는 TF의 결론을 청와대에서 뒤집는 통에 TF를 안 한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TF 결과물에 대해선 ‘민감한 부분은 다 피해갔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 발표 정도가 가시적인 성과일 뿐이다. 만약 정책금융 체제 개편 TF까지 ‘현상 유지’로 결론낼 경우 4대 TF가 대부분 용두사미로 끝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TF 운영 혼란” 지적
정책금융 TF의 논의 체제가 완전히 뒤죽박죽됐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이날 TF에서는 “언론에 나왔다는 정부 안을 우리는 본 적이 없다”는 참석자들의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한 참석자는 “가계부채 청문회 등으로 TF가 지난 2주간 열리지 않았는데, 논의하지도 않은 안이 확정됐다고 하면 우리는 들러리냐”고 꼬집었다.
기획재정부(수출입은행)·산업통상자원부(무역보험공사)·금융위(정책금융공사·산은금융지주)가 각각 자기 산하 기관의 이해를 대변하느라 언론에 각종 자료를 배포하는 행태도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각 기관들이 자기 밥그릇을 챙기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통에 거의 아수라장이 된 정책금융 TF를 어떻게 잘 마무리할 것인가가 신 위원장의 리더십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은/류시훈 기자 selee@hankyung.com
금융위원회는 10일 서울 세종로 프레스센터에서 ‘정책금융 체제 개편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산은금융지주와 정책금융공사 간 업무중복 문제를 논의했다.
◆“역진방지조항 피해갈 수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는 산은과 정책금융공사를 통합하는 방안, 통합하지 않는 방안, 제3의 방안 등이 같은 비중으로 제시됐다.
한 관계자는 “통합하지 않는 방안이 거의 확정적으로 언론에 보도돼 당혹스럽다”며 “아직 논의도 하지 않은 내용이 어떻게 확정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두 조직을 통합하면 자본금이 줄어들고, 동일인 여신 한도 문제 등이 있다고 하는데 논의 결과 그런 것이 큰 문제는 아니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통합의 또 다른 걸림돌로 지적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역진(逆進)방지조항’ 문제에 대해서도 알려진 것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FTA의 역진방지조항은 일단 개방한 시장을 다시 닫을 수 없다는 취지인데, 산업은행 민영화를 철회하는 것도 시장경쟁을 막는 행위로 이 조항에 위배될 수 있다는 게 일부 TF 참가자들의 우려다.
또 다른 TF 관계자는 “역진방지 조항은 물론 고려해야 하는 문제이지만, 반드시 민영화 쪽으로만 가야 하고 되돌릴 수 없다는 식으로 단순화할 수 없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용두사미 비판도 부담
금융위 내부에서도 통합 쪽에 좀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한 금융감독 당국 관계자는 “통합은 물 건너갔다는 것은 잘못된 정보”라며 “산은·정책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를 교통정리하는 것이 TF의 핵심인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TF를 마무리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여기엔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취임 후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4대 TF의 성과도 걸려 있다. 결과가 이미 발표된 3개 TF 가운데 금융감독 체제 선진화 TF는 TF의 결론을 청와대에서 뒤집는 통에 TF를 안 한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TF 결과물에 대해선 ‘민감한 부분은 다 피해갔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 발표 정도가 가시적인 성과일 뿐이다. 만약 정책금융 체제 개편 TF까지 ‘현상 유지’로 결론낼 경우 4대 TF가 대부분 용두사미로 끝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TF 운영 혼란” 지적
정책금융 TF의 논의 체제가 완전히 뒤죽박죽됐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이날 TF에서는 “언론에 나왔다는 정부 안을 우리는 본 적이 없다”는 참석자들의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한 참석자는 “가계부채 청문회 등으로 TF가 지난 2주간 열리지 않았는데, 논의하지도 않은 안이 확정됐다고 하면 우리는 들러리냐”고 꼬집었다.
기획재정부(수출입은행)·산업통상자원부(무역보험공사)·금융위(정책금융공사·산은금융지주)가 각각 자기 산하 기관의 이해를 대변하느라 언론에 각종 자료를 배포하는 행태도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각 기관들이 자기 밥그릇을 챙기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통에 거의 아수라장이 된 정책금융 TF를 어떻게 잘 마무리할 것인가가 신 위원장의 리더십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은/류시훈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