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자와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일본 기업이 늘고 있다. 무제한 금융완화를 골자로 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아베노믹스)으로 주가가 오름세를 타고 있는 데다 엔화가치 약세로 해외 사업 등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일본 카메라 제조회사인 올림푸스는 최근 공모증자와 자사주 매각으로 1181억엔(약 1조34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기로 결정했다. 증자 등을 통해 마련한 자금은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의료 사업의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올림푸스가 자금 조달에 나선 가장 큰 배경은 주가 상승. 올초까지 주당 1500엔 선에 머물렀던 이 회사 주가는 이달 들어 3000엔대로 두 배 가까이 올랐다. 투자자들이 공모증자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일본 음료회사 산토리홀딩스도 핵심 자회사인 산토리식품의 IPO를 통해 이달 초 2000억엔가량의 자금을 확보했다. 도리이 노부히로 산토리식품 사장은 “일본 증시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포함, 5000억~6000억엔가량을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에 투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일본 최대 광고회사인 덴츠와 건설업체인 다이와도 올해 중 1000억엔 이상의 IPO를 계획 중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노믹스 효과로 올해 IPO 규모가 전년 대비 70%가량 늘어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일본 기업들이 증자 및 IPO 등을 통해 주식시장에서 확보한 자금은 총 260억달러에 달한다. 2010년 이후 3년 만의 최대 규모다.

일본 주식시장에서는 아베노믹스에 대한 축포가 터지고 있는 반면 해외에선 아베노믹스로 인해 일본의 재정 상태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기 시작했다. 올리비에 블랑샤르 국제통화기금(IMF) 조사국장은 9일(현지시간) 세계 경제 전망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금융시스템 불안과 성장 둔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세계 금융 불안정과 함께 아베노믹스를 세계 경제의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언급했다.

아사히신문은 “IMF가 아베노믹스의 위험성을 지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블랑샤르 국장은 “일본이 중장기적인 재정 건전화 대책을 취하지 않으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일본 재정의 지속성을 불안하게 생각해 일본 국채에 높은 금리를 요구하면 재정 운용은 더욱 곤란해지고 아베노믹스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