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리스크에 실적악화 우려까지…"4분기 반등 가능"

상반기 내내 국내 주식시장을 짓누른 뱅가드펀드의 한국 주식 청산이 끝났는데도 외국인 매도세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급격한 외국인 자금 이탈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는 'G2(미국·중국) 리스크'와 국내기업의 실적 악화 우려로 한풀 꺾였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7월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7천34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닥시장에선 322억원어치를 팔았다.

미국의 세계적 자산운용사 뱅가드가 지난달 28일 벤치마크 변경을 완료한 이후에도 7천670억원을 순매도한 것이다.

뱅가드는 지난 1월 6개 신흥국 상장지수펀드(ETF)가 추종하는 기준지표(벤치마크)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에서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지수로 바꿨다.

한국 주식시장은 MSCI에서는 신흥국이지만 FTSE에선 선진국으로 분류돼 있어 뱅가드는 신흥국 펀드에 편입한 한국 주식 9조4천억원가량을 상반기 내내 팔아치웠다.

상반기에 외국인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수준인 10조215억원을 순매도했는데, 뱅가드 처분 물량을 제외하면 순매도 액수가 6천억원에 불과하다.

뱅가드의 한국물 청산이 끝나면 외국인 자금이 들어올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지만 외국인은 여전히 업종 불문하고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은 이번 달 들어서도 여전히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팔았다.

외국인 전체 순매도액의 60%(4천568억원)가 삼성전자에 쏠렸다.

현대모비스(-647억원), 하나금융지주(-640억원), LG화학(-422억원), KB금융(-363억원), LG디스플레이(-335억원), LG전자(-281억원)도 순매도 상위권에 올랐다.

외국인은 실적 기대감에 따라 IT와 자동차주를 선별해서 사고팔았다.

삼성전자, 현대모비스는 팔았지만 2·3분기 좋은 실적이 기대되는 SK하이닉스(666억원)와 기아차(587억원), 현대차(319억원)는 샀다.

현대차 우선주도 587억원어치 사들였다.

외국인 매도가 이어지면서 코스피가 3분기 조정을 거쳐 4분기에 반전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 중국경기 경착륙, 기업 실적 악화라는 '3대 악재'가 지수 상승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관련된 논란은 코스피에 가장 큰 악재다.

조용환 비엔지증권 연구원은 "미국 고용지표가 좋아졌지만 경제활동 참가율이나 제조업지표는 저조하다"며 "경제지표 개선속도가 빨라지거나 연방준비제도가 좀 더 명확히 축소시기를 언급하기 전까지는 논란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춤했던 엔화가 다시 100엔대로 올라선 것도 부담 요소다.

엔화가 직전 고점인 103엔을 회복하면 투자자들이 한국 대표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또다시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예상보다 커진 가운데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동반 둔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강봉주 한화투자증권연구원은 "이달 초 증시 폭락에도 외국인이 순매도를 이어갔다는 점은 상당히 부정적"이라며 "외국인들이 신흥국 주식을 덜어내는 것과 동시에 한국주식 비중을 축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