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6년 이상 지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주사 전환 건에 대해 뒤늦게 증여세를 물리자 재계는 물론 자본시장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수 확보’에 목마른 국세청이 지주사 전환뿐 아니라 ‘대주주가 낀 자본 거래’ 전반으로 증여세 관련 조사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모레 조사를 담당한 곳이 특별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란 점에서 재계와 자본시장의 불안감이 적지 않다. ‘국세청의 중앙수사부’로 불리는 서울청 조사4국이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아모레 한 곳으로 끝날 리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 상장 기업 대주주에 대한 국세청의 증여세 압박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5년 전 코스닥시장 상장 업체 N사의 경영권을 매각한 전 최대주주 A씨도 지난 4월 증여세 부과 통보를 받았다. A씨는 당시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받아 보유 지분을 시가보다 비싸게 팔았는데 국세청은 그 차액만큼을 증여로 판단했다.

A씨는 “기업을 제3자에 팔면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시가보다 비싸게 보유 지분을 판 것에 대해 이미 양도소득세와 주민세를 냈는데, 증여세를 또 내라는 건 이중 과세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국세청에 과세 전 적부심 신청을 한 뒤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조세심판원 또는 감사원을 통해 불복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코스닥 상장사 E사의 최대주주인 B사장은 2008년 인수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전환사채(CB)로 인해 증여세를 부과받았다. 국세청은 B사장이 BW와 CB를 인수한 이후 주가가 상승하면서 100억원대의 차익을 거두자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을 증여로 보고 세금을 물렸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상장사를 중심으로 대주주와 관련한 증여세 문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국세청이 그만큼 증여세를 많이 물리고 있다는 얘기”라고 했다.

재계에선 2년 전 감사원이 국세청에 대해 “완전포괄주의에 입각해 적극적으로 증여세를 부과하라”고 시정 권고한 효과가 올 들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정인의 재산 가치를 늘리는 데 기여한 모든 행위를 증여로 판단하는 증여세 완전포괄주의는 2004년 도입했지만 국세청은 그동안 완전포괄주의를 적용하는 데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해석의 범위가 너무 넓은 탓에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이 낮은 데다 객관적인 증여가액 산정도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법조계 관계자는 “국세청이 증여세 완전포괄주의에 소극적이었던 이유 중 하나는 행정법원에서 ‘무리한 과세’로 결론 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심은지/안재광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