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6월 임시국회가 끝난다. 이번 국회가 문을 열었던 때의 기세에 비춰보면 별 성과가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위 경제민주화 및 노동 관련 법안이 무더기로 통과될 것으로 관측됐지만 주요 상임위원회가 공전한 데 따라 상당수 쟁점 법안들이 그대로 묶였다.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발언을 둘러싸고 여당과 야당 간 정쟁이 치열했던 영향이 컸다.

국회가 정쟁에 휘둘려 공전하는 건 비난받아 마땅하다. 국회의원들이 세비는 꼬박꼬박 챙기면서 의정활동은 정상적으로 하지 않은 것은 일종의 배임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임시국회에 대해선 “차라리 잘됐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 법안이 처리되지 못한 게 오히려 다행이라는 것이다.

이런 역설적인 상황은 국회에 줄줄이 계류 중인 경제민주화 법안들 때문이다. 흔히 ‘민생 법안’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내용을 보면 민생과 큰 관계가 없다. 신규 순환출자금지, 금융회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 확대, 통상임금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소위 갑을관계 균형 관련법, 밀어내기 방지법, 정리해고 요건강화 등도 마찬가지다. 민생을 살리자는 것인지, 잡으려 드는 것인지부터 논란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법안들이 편을 갈라 사회갈등을 부추기고 대중의 증오와 질투를 입법화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시장경제 원칙을 무시한 규제 일변도로 흐르고 이는 결과적으로 기업활동을 위축시켜 경제만 망가뜨릴 가능성이 높다.

국회 공전이 반가운 것은 입법 홍수 내지는 입법 포퓰리즘에 대한 반감 때문이기도 하다. 개원한 지 1년도 안 된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의원입법 건수가 4500여건으로 벌써 18대 국회의 3분의 1을 넘어섰다. 충분한 여론수렴이나 공론화 작업 없이 대중추수적 법안들이 즉흥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입법 횡포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식이니 ‘식물 국회’가 더 낫다는 말이 나오는 게 무리도 아니다.

무엇이든 방망이만 두들기면 법이라는 입법 만능주의와 경제민주화 광풍이 초래한 결과다. 지금 이게 우리 국회의 수준이요, 정치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