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6월26일 오전 6시11분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관객 수 600만명을 돌파하면서 이 영화의 투자자들도 ‘대박’을 터뜨렸다. 영화의 주연을 맡았을 뿐 아니라 투자자로도 참여해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김수현(사진)이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투자사와 배급사 등도 150%에 달하는 수익률을 올릴 전망이다.

26일 영화계에 따르면 지난 25일까지 이 영화는 관객 수 630만4494명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700만명을 무난하게 넘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동명 웹툰을 배우 김수현과 이현우, 박기웅 등을 캐스팅해 만든 이 영화는 바보, 가수 지망생, 고등학생으로 위장해 남파된 북한 최정예 스파이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 영화의 총제작비는 68억원이다. 순제작비가 48억원, 홍보비가 20억원 정도 투입됐다. 메인 투자자인 미시간벤처캐피탈과 배급사인 쇼박스가 각각 26억원과 20억원을 투자했다. 대명그룹 자회사인 기안컬처테인먼트(5억원) 등도 투자자로 참여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관객 700만명이 넘을 경우 흥행 수입은 190억원에 달하며 국내외 부가판권 판매 등으로 60억원가량의 추가 수익도 확보할 수 있다. 제작비 등 각종 비용을 빼면 170억원가량이 남는다. 68억원을 투자해 170억원을 남기게 됨에 따라 약 150%의 수익률을 낼 전망이다. 10억원을 투자한 경우 25억원가량을 회수하게 되는 셈이다.

주연배우인 김수현은 자신이 소유한 법인 세부를 통해 이 영화에 5억원을 투자했다. 일반적으로 출연배우는 출연료 외에 흥행성적에 따라 보너스를 받는 ‘러닝개런티’로 추가 수익을 얻는다. 자신이 출연한 영화에 직접 투자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김수현은 러닝개런티와 직접 투자를 통해 이중으로 수익을 올리게 됐다. 김수현의 소속사인 키이스트의 최대주주이자 한류스타인 배용준도 법인 등을 통해 총 12억원을 투자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김수현은 약 5억원의 러닝개런티와 함께 7억5000만원 정도의 투자수익 등을 챙기게 됐다”며 “소속배우를 믿고 과감하게 투자한 배용준도 드러나지 않은 수혜자”라고 말했다.

개봉 전 여러 영화평론가와 언론 등으로부터 ‘유치하다’는 혹평을 받았던 이 영화가 대박을 터뜨린 비결은 ‘여심(女心)’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인기 배우 김수현의 출연만으로 10~20대 여성 관객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고, 이런 팬덤은 결국 ‘김수현 신드롬’으로 이어졌다.

이는 앞서 흥행에 성공했던 영화 ‘아저씨’ ‘늑대소년’과 비슷한 현상이다. 두 영화는 각각 배우 원빈과 송중기를 내세워 여성 관객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영화업계 관계자는 “젊은 여성들이 남자친구, 아버지 등과 함께 영화관을 찾으면서 관객 동원 효과가 극대화됐다”며 “인기 배우를 앞세워 여심을 공략한 전략이 적중했다”고 평가했다.

오동혁 기자 otto8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