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택 국민대·이화원 상명대 교수 "연극 통해 이공계에 대한 이해 넓힐 것"
“전력이 바닥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사실 체감상 와닿지 않아요. 그래서 연극이라는 형식을 빌려 전력의 중요성을 일깨우자는 취지로 시작했죠.”

이달에만 전력경보가 8차례 발령되는 등 전력 대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한 연극을 제작, 무대에 올린 대학교수 부부가 화제다. 18일 서울 방산중에서 연극 ‘지구를 지켜라’ 두 번째 공연에 나서는 한화택 국민대 기계시스템공학부 교수(56·왼쪽)와 이화원 상명대 연극학과 교수(55·오른쪽) 부부가 주인공이다.

한 교수는 예전부터 청소년들에게 에너지와 지구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울 수 있는 강연을 구상해왔다. 학생들에게 재밌고 쉽게 다가갈 방법을 고민하던 한 교수에게 부인 이 교수는 “연극 형식으로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아내의 제안을 들은 한 교수는 곧바로 연극 대본을 쓰기 시작했다. ‘공학으로 세상을 말한다’라는 한 교수의 책 내용을 바탕으로 했다. 연출은 부인 이 교수가 맡았다.

지난 12일 서울 관악고 강당에서 첫선을 보인 이 연극엔 ‘에너지 노예’란 부제가 달렸다. 석유와 원자력 등 모든 자원이 사라져버린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연극 속에서 정부는 국민들에게 “자신이 사용할 전기는 직접 만들어 쓰라”고 강요하며 모든 국민을 에너지 노예로 삼아 사람의 힘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이런 상황을 전문 배우 2명이 대화로 풀어나간 뒤 극중 ‘박사님’ 역할을 맡은 장경진 국민대 에너지인력양성센터 교수가 무대에 올라 “우리나라의 1인당 에너지 소비는 일본과 비교해 10배 정도 많다”며 앞으로 다가올 에너지 위기를 대처할 방안으로 그린에너지의 중요성을 10분간 들려준다.

박사님의 보고가 끝난 뒤에는 배우들이 무대 밑으로 내려가 에너지 노예로 삼을 학생들을 무대 위로 데려온다. 무대 위에 올라간 학생들은 자전거 모양의 발전기에 올라타 페달을 밟아 직접 전기를 만들기도 하고, 직접 만든 전기를 빔 프로젝트에 보내 스크린에 영상을 틀기도 한다. 부부 교수는 이전에도 ‘뉴톤과 사과’를 연극으로 만들어 무대에 올린 적이 있다.

한 교수와 이 교수는 “이공계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서라도 이런 공연을 계속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