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직장인의 옷차림은 ‘정장+넥타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서울 도심에서 출근하는 남성 열 명 중 여섯 명은 정장이 아닌 캐주얼 복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8일 아침 서울 시청역·삼성동·여의도에서 출근하는 남성 2057명의 복장을 조사한 결과 캐주얼 비중이 58.6%, 정장은 41.4%였다. 이 연구소는 1997년부터 매년 5월 같은 장소에서 남성들의 출근 복장을 집계하고 있다.

캐주얼 비중은 2007년 30.9%에 불과했으나 6년 새 두 배가 됐다. 반면 정장 비중은 2007년 69.1%에서 계속 줄면서 조사 시작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기업과 정부에서 근무복장을 자율화한 게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나인경 삼성패션연구소 연구원은 “2000년대 초반 자유분방하게 옷을 입었던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면서 직장 패션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중”이라며 “작년만 해도 보기 힘들었던 과감한 패션이 대거 등장했다”고 말했다. 옷깃을 세우면 전혀 다른 색상이 드러나는 재킷이나, 강렬한 원색의 면바지 등도 출근복으로 쉽게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정장에서도 검정 또는 회색 위주에서 벗어나 남색 슈트가 눈에 띄게 늘었다. 그 영향으로 구두, 가방, 벨트는 남색 슈트와 잘 어울리는 갈색으로 고르는 게 ‘대세’로 자리잡았다. 또 젊은 층에서는 절반 이상(52.3%)이 토트백(손에 드는 가방)이나 숄더백(어깨에 거는 가방) 대신 백팩(등에 메는 가방)을 애용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