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불명 사지 없는 채로 출생…여덟 살 때부터 세번 자살 시도
장애 극복 후 세계적 명강사로
팔다리 없는 ‘희망 전도사’ 닉 부이치치가 자신의 인생을 담은 두 번째 책 《플라잉》(두란노)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7일 서울 서빙고동 온누리교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한국 청소년들에게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호주 태생인 그는 선천적으로 팔과 다리 없이 세상에 나왔다. 정확한 이유는 그 자신도, 병원도 모른다. 얼굴과 몸통만 있는 자신의 모습을 용납할 수 없었던 그는 여덟 살 때부터 세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다. 하지만 부모는 그를 포기하지 않았다. 부이치치는 부모의 전폭적인 믿음과 사랑 아래서 점점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비장애인이 다니는 중·고교를 다니며 학생회장까지 맡았고 호주 로건 그리피스대에 진학해 회계와 경영을 전공했다. 지금은 팔다리 없이도 스케이트보드와 서핑 등 스포츠까지 즐긴다.
“저는 초등학교 때 집단 따돌림을 당했고 제 모습 때문에 우울증도 겪었지만 부모님과의 교감으로 극복해낼 수 있었어요. 학교에서 경쟁과 친구 간의 갈등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돌아온 아이들이 집에서도 과한 기대를 받는다면 질식하고 맙니다. 한국의 부모님들이 그걸 한 번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는 2005년 미국으로 건너가 고아·장애인·청소년들을 후원하는 ‘닉 부이치치 재단’을 설립, 전 세계를 돌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부이치치는 “강연을 하게 된 계기는 19세 때 학교 청소부와의 대화였다”며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건 직위의 높낮이와는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당시 청소부는 그에게 “단 서너 명에게만이라도 좋으니 너의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전해보라”고 조언했고 그게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부이치치는 지난해 2월 부인 가나에 씨와 결혼했다. 그는 “혼자일 때 행복해야 결혼해서도 행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인생의 목적과 방향이 무엇인지 스스로 정리돼 있지 않으면 결혼해서도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 자신도 장애를 갖고 혼자 살았지만 행복하고 긍정적인 삶이었기에 건강한 결혼 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지난 2월 팔과 다리가 있는 아들을 얻은 그는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감격스러웠지만 안아줄 수 없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저라고 여느 아빠처럼 꼭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어요. 하지만 나름대로 침대에 함께 누워 눈을 맞추고 제 부모님이 제게 했던 것처럼 교감하려 노력합니다. 그런 시간이 아이들 가슴에 씨를 뿌려서 훗날 열매를 맺죠. 한국의 부모님들도 꼭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