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자 재취업 및 퇴직자 활용 입찰참여 제한

정부의 '원전비리 재발방지 대책'은 원자력 업계에 만연한 유착관계를 근절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원전 관련 공기업 출신 퇴직자의 유관업체 재취업을 더욱 제한하고, 퇴직자를 활용한 입찰 참여도 좁히기로 했다.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고질적인 원전 비리를 근원적으로 예방하고 원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려면 원전 산업계의 '폐쇄적 순혈주의'를 타파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재취업 금지 확대·인적 쇄신

최근 10년간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퇴직자 중 30%가 원전 관련 업체에 재취업했고, 이는 원전 업계 전체가 '한통속 원전 마피아'로 돌아가도록 해 안전을 위한 규제를 무력화하거나 그 필요성에 둔감하게 하는 요인이 됐다.

이 때문에 한수원은 지난해 5월부터 퇴임 임직원의 관련업체 취업을 3년간 제한하는 규정을 마련했으나, 한국전력기술이나 한전KPS 등 한국전력 계열사들에 대해서는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예외 조항들이 전문기술 활용을 핑계로 잘못된 공생관계를 부추겨 비리의 온상을 만들고 있다고 판단, 재취업 규제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수원 처장급(1직급)뿐만 아니라 부장급(2직급)도 퇴직하면 1천여개의 한수원 협력업체에 3년간 재취업이 금지된다.

지금은 처장급만 재취업 금지 대상이다.

또 한수원뿐 아니라 한전기술, 한전기공, 한전연료 등 원전분야 공기업 전반에도 협력사 재취업 금지가 적용된다.

특히 한전기술 등은 시험검증기관까지 재취업 제한 대상에 넣기로 했다.

정부는 재취업 금지 조항을 위반해 원전 공기업 퇴직자를 채용하는 협력업체를 계약·등록취소 등으로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인적 쇄신과 경쟁 활성화

정부는 또 외부인사 영입 등 과감한 인적 쇄신과 설계 작성기관의 복수 경쟁화 등을 통해 원전업계 내 유착관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직위를 전문직위와 개방직위로 구분하고, 개방직위에는 최대한 외부 출신 경력직 전문가를 영입하기로 했다.

또 한수원의 인사·조직 대한 민간 컨설팅기관의 경영진단을 통해 전면 개편방안을 수립하기로 했다.

정부는 아울러 한전기술이 가동 원전의 설계 업무 중 상당 부분을 독점하는 문제점을 바로잡고자 민간 전문기술 회사의 설계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 등을 모색 중이다.

◇구매·품질·검증 시스템 개선

유착 방지를 위해 구매 제도도 더욱 까다롭게 만들 방침이다.

원전 부품을 구매할 때 수의계약을 최소화하고, 구매기술규격서를 사전공개해 입찰제도의 투명성을 강화하며, 전문 컨설팅 등을 통해 원전산업의 경쟁촉진 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수원의 구매조직이 기술적 우위를 갖추지 못해 기술적 문제를 정비 부서와 한전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점도 시급한 개선 과제라고 정부는 지적했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공기업 인력축소 지침에 따라 설계검토 기능이 한수원에서 한전기술로 넘어가고 관련 인력도 대폭 축소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한수원 설비기술처나 한전기술 등 기술규격서를 작성하는 조직과 특정 납품업체의 유착을 구조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한수원 구매사업단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한수원 구매사업단에 외국인을 포함한 엔지니어링 전문가를 보강함으로써 규격서 작성에 대해 구매사업단이 감시견 구실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부품시장에 민간업체 참여를 촉진하고, 전문 컨설팅을 통해 건설·장비 자재 등 원전사업 가치 사슬 전체에 경쟁촉진방안을 불어넣는다는 계획도 세웠다.

품질 및 검증 시스템도 개선하기로 했다.

정부는 원전 부품에 관해 국책시험연구기관이 민간 시험검증기관을 재검증하도록 하는 '더블체크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 납품업체와 시험·검증기관 간 연결고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납품업체가 시험검증기관을 선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한수원이 시험검증기관에 시험수수료를 지급하도록 할 방침이다.

납품업체가 시험검증기관을 선정해 시험수수료를 지급하고 시험성적표를 발급받아 이를 제출하도록 하는 기존 방식이 납품업체와 시험검증기관의 유착을 부추긴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구매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구매·품질보증 민간전문가로 '원전구매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할 방침이다.

◇비리 규명·처벌

정부는 아울러 이미 드러난 원전 비리 사건에 대해서는 원인과 책임소재를 철저히 규명하고 엄중히 처벌하기로 했다.

납품업체·시험기관에 대해 민·형사상 조처를 하고 검수기관(한국전력기술, 한국수력원자력)을 문책하기로 했다.

또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관련자를 엄중 문책·처벌하기로 했다.

나아가 전체 원자력발전소를 대상으로 부품 시험성적서를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조사대상 시험성적서는 약 12만5천건이며, 기간은 2~3개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원전 비리를 막고자 내부고발·자진신고 제도와 비리 제보접수·포착·조사를 위한 '원자력 안전옴부즈만' 제도도 운용하기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강건택 이세원 기자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