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 구제금융에 명백한 오류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IMF의 내부 극비 문서를 인용해 “IMF가 그리스 구제금융을 지원하기 위해 내부 규정을 조정했다”며 “긴축이 그리스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과소평가하는 등 구제금융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점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IMF가 구제금융에 대한 오류를 스스로 인정하는 내부 보고서를 낸 것은 이례적이다. 그리스는 2010년 5월 이래 트로이카(IMF·유럽중앙은행·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등 채권단)로부터 2000억유로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받았다.

IMF는 그리스 부채 전망에 큰 차이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실제로 지난 3년간 IMF는 보고서와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의 발언을 통해 그리스의 부채가 지속 가능한 수준이라고 주장해왔다. IMF는 그러나 그 당시를 다시 봤을 때 그리스가 IMF의 구제금융 지원 조건 네 가지 중 세 개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채무 구조조정도 더 빨리 이뤄졌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독일을 비롯한 일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회원국과 IMF 의원들은 그리스 국채에 대한 헤어커트(채무 원금 삭감)를 더 서둘러 시행하자고 주장했지만 다른 유럽 국가의 반발에 부딪혔다는 것이다. IMF는 그리스 국채 보유자 대상 상각을 2011년 10월 결정했다.

EU집행위원회는 반박하고 나섰다. 사이먼 오코너 EU집행위 대변인은 “IMF의 반성은 완전히 잘못됐고 근거 없는 것”이라며 “그리스 개혁 프로그램은 경제를 안정시키고 그리스를 유로존에 남아 있게 하려던 의도”라고 주장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