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어느 거리. 방송사에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다. 먼저 2만원을 주고 게임 하나를 제안한다. 이 게임에 참여하면 50% 확률로 이길 수 있는데, 이기면 3만원을 더 따서 총 5만원을 얻을 수도 있지만, 지면 처음 준 2만원마저 잃을 수도 있다. 만약 여러분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게임에 참여하겠는가. 이 실험에 참여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게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다른 사람들을 대상으로는 실험 방식을 조금 바꿔본다. 먼저 5만원을 이들의 손에 올려놓는다. 다만 3만원을 바로 돌려달라고 말한다. 만일 3만원을 되돌려주고 싶지 않다면, 위의 게임에 참여해 달라고 말한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 첫 게임과 달라졌는가. 실제로 두 번째 실험 참가자들은 대부분 게임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두 실험 참가자들은 모두 2만원을 얻지만, 첫 번째 실험에 비해 두 번째 실험 참가자들이 게임 참여에 더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비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그냥 2만원을 줬지만, 두 번째 실험에서는 일단 5만원을 손에 올려놓았다가 3만원을 돌려받았다. 이 순간 사람들은 마치 3만원을 손해 본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되고, 게임을 통해 만회하겠다는 결정을 하는 것이다.

이는 ‘손실회피 성향(loss aversion)’ 때문에 생기는 결과다. 사람들은 손해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이를 만회할 가능성만 있다면 더 큰 위험도 감수하려는 ‘손실회피 성향’을 보인다. 심리학자이면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은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돈 1만원을 잃었을 때 느끼는 상실감이 돈 1만원을 얻었을 때 느끼는 만족감보다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사람들이 돈을 잃었을 때 느끼는 상실감은 같은 금액의 돈을 벌었을 때 느끼는 만족감보다 두 배 정도 크다고 한다. 때로는 10배에 가까운 고통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지난 몇 년간 부동산시장이 침체에 빠져 있는 이유도 어느 정도는 손실회피 성향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손실회피 성향을 고려한다면, 부동산 경기가 좋았을 때 투자 목적으로 집을 구입한 사람들은 요즘처럼 집값이 떨어진 상황에서 집을 팔지는 않을 것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지금 집을 팔면 곧바로 손해가 생기기 때문에 기다리다 보니, 부동산시장은 더욱 침체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기다린다면 손해를 피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렇듯 객관적인 판단 대신 무조건 좋아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희망을 걸어 결정을 그르칠 수도 있게 하는 것이 손실회피 성향이다.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급성장은 소비자의 손실회피 심리를 잘 파악하고 활용한 사례다. 2008년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들은 큰 위기를 겪었다. 소비자들은 미래가 불안한 상태여서 큰 돈이 드는 상품의 구입을 미뤘다. 특히 할부로 구입하는 자동차의 경우, 할부금을 내다가 실직해 더 이상 할부를 갚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차를 압류당하고 그동안 낸 할부금도 날리게 된다.

소비자의 이런 상황을 눈치챈 현대자동차는 ‘어슈어런스(assurance) 프로그램’을 한시적으로 실시했다. 고객이 자동차를 구입하고 1년 이내에 실직하는 경우 자동차를 반납하면 7500달러까지 보장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손실 방지를 강조한 현대자동차의 마케팅은 큰 반향을 얻었고, 경쟁사들은 마이너스 성장하는 가운데서도 현대자동차는 47%의 고성장을 이뤘다.

소비자가 제품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선택하게 만들고 싶을 때도 손실회피 성향은 유용하게 활용된다. 롤프 도벨리의 ‘스마트한 생각들’에서 사례로 든 손실회피를 활용한 유방암 캠페인을 보자. 유방암 검진을 유도하기 위해 여성들에게 두 가지 서로 다른 팸플릿을 발송했다. 팸플릿 A에는 “매년 유방암 검사를 하십시오. 암을 조기에 발견해서 제거할 수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팸플릿 B에는 “만약 당신이 매년 유방암 검사를 하지 않으면, 당신은 발병 가능성이 있는 암을 조기에 발견 및 제거하지 못하는 위험을 떠안게 됩니다”라고 써서 보냈다. 팸플릿을 보고 추가 정보를 얻기 위해 연락한 이들은 대부분 팸플릿 B를 받은 사람들이었다.

이렇듯 소비자에게 확신을 주고 싶다면 손실회피 성향을 활용해 보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우리 회사 제품을 살 때 얻는 장점’을 상상하게 만들어라.

그리고 “우리 회사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면 이 장점을 모두 잃게 된다”고 말하면 된다.

이계평 <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