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필묵 인제스피디움매니지먼트 대표가 서울 삼성동 사무소에서 드라이버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정필묵 인제스피디움매니지먼트 대표가 서울 삼성동 사무소에서 드라이버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골프나 경영이나 모두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야 합니다. 자연스럽게 힘 빼고 있는 그대로 쳐야 하죠. 골프장을 만들 때도 산을 과도하게 깎아내기보다 기존 지형을 최대한 활용해야 합니다. 자동차경주장 인제스피디움도 산악 지형을 최대한 활용해 만들었더니 고저 차가 있어 박진감 넘친다는 호평을 받았죠.”

지난달 25일 한국 네 번째 공인 자동차경주장 인제스피디움을 연 인제스피디움매니지먼트의 정필묵 대표(52)는 자신의 골프 철학 1번으로 ‘자연주의’를 꼽았다. 정 대표는 LG레저에서 곤지암CC를 건설한 뒤 GS건설에서 강촌CC와 엘리시안CC를 인수해 정상화했다. 2008년 태영건설로 자리를 옮겨 블루원상주CC를 인수하고 블루원보문CC를 개장했다. 블루원용인CC를 포함, 3개 골프장을 운영하는 블루원리조트 대표도 겸직하고 있다. 최근 서울 삼성동 인제스피디움 서울사무소에서 그를 만났다.

“골프 스윙을 너무 인위적으로 하면 안 됩니다. 자연스럽게 스윙해야 해요. 타수 줄이려고 너무 심각하게 치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골프의 즐거움이 사라집니다. 골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도 서비스의 자연스러움을 강조해요. 과잉 친절을 베풀면 손님이 부담을 느낍니다. 있는 듯 없는 듯 물 흐르는 서비스를 하라고 직원들에게 강조하죠.”

자연스럽게 인제스피디움으로 화제가 옮겨갔다. 정 대표는 “완벽하게 단장된 모습으로 개장하지 못해 아쉽지만 인제스피디움 개장 경기인 슈퍼다이큐를 큰 무리 없이 약속된 날짜(5월25~26일)에 잘 치러냈다”며 “첫 번째 국제대회를 약속대로 치러 회사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눈이 오고 겨울이 유난히 춥고 길어 토목공사에 차질이 있었다”며 “일본 레이싱 관계자 가운데 95%가 대회를 제때 치르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지만 일본인들에게 약속을 꼭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당시 어려움과 각오를 떠올렸다.

“레저스포츠 산업은 한 시즌이 끝나야 비로소 세팅이 됩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1년 동안 자연의 시험을 거쳐봐야 시스템에 체계가 잡힙니다. 골프장도 자동차경주장도 마찬가지예요. 서비스, 시스템, 홍보, 영업, 콘텐츠까지 완전히 갖추려면 보통 3년이 걸립니다. 잔디 씨앗을 뿌렸으니 잘 자랄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한 거죠.”

정 대표는 일반인들까지 모터스포츠에 끌어들일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찾고 있다. 오는 8월 아시안르망과 슈퍼포뮬러 등 굵직한 대회도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혼자 배우려다보면 늦게 알고, 알기 위해 남의 도움을 받으면 빨리 배운다는 말이 있죠. 1994년 스피드웨이가 생긴 뒤 강원 태백과 전남 영암에 자동차경주장이 생겼지만 모터스포츠 마니아들의 잔치로 끝났습니다. 이 같은 시행착오를 하지 않기 위해 모터스포츠 마케팅 회사에 전문 컨설팅을 받을 생각입니다.”

골프에는 문외한이던 정 대표는 LG건설의 기획팀장으로 근무하던 1992년 곤지암CC를 한국 최고 명문 골프장으로 만들라는 지시를 받은 뒤 골프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곤지암CC의 코스 설계를 맡은 일본인 다키토 미노루에게서도 배운 게 많다. 정 대표는 “다키토가 좋은 골프장 매니저가 되고 싶거든 보기플레이 이상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며 “골프에 빠져들면 본업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뜻이었다”고 회상했다. 정 대표는 지금도 그 말을 마음속에 새기고 있다. 핸디캡 14의 보기플레이어다. 베스트 스코어는 79타.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