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프 선수들에게 가장 출전하고 싶은 메이저대회를 묻는다면 대다수가 마스터스라고 답한다.

'골프 명인'들의 경연장인 마스터스는 역대 챔피언, 세계랭킹 50위 이내, 메이저대회 우승자 등 출전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기 때문에 초청장을 받는 선수는 100명 안팎이다.

이 때문에 진정한 골프 최강자를 가리는 대회는 전세계 골퍼들에게 지역 예선을 통해 출전 자격을 주는 US오픈과 브리티시오픈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1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메리언 골프장에서 개막하는 US오픈의 경우 150여명의 출전 선수 중 절반 가량이 전세계에서 지역 예선의 관문을 뚫고 올라온 선수들로 채워진다.

그만큼 개방돼 있으며 실력만 있으면 화려한 경력이 없더라도 출전할 수 있는 메이저대회가 US오픈이다.

AP통신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출전권도 없으면서 지역예선을 통과해 여섯차례나 US오픈에 출전한 제프리 시스크(미국)를 소개했다.

48세의 시스크는 25년 동안 프로선수 생활을 했지만 PGA 투어에서 뛴 것은 1999년 시즌 단 한차례 뿐이다.

시스크는 올해에도 18홀의 1차 예선과 36홀의 최종 예선을 모두 통과해 US오픈 본선에 진출했다.

시스크는 출전했던 US오픈 중 1995년 뉴욕주의 시네코크 힐스 골프장에서 열린 대회를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꼽았다.

그 대회는 시스코가 처음 출전한 US오픈이기도 했다.

시스크는 당시 숙소인 호텔 로비에서 키가 크고 부드러운 스윙을 가진 남아프리카공화국 청년을 만났다.

첫 출전이라 누가 유명 선수인지도 몰랐던 시스코는 스스럼없이 그 청년에게 연습라운드를 하자고 제안했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시스크는 공교롭게도 그 청년과 같은 조에 편성됐다.

티박스에 올라간 뒤 아나운서가 선수 소개를 했을 때 시스크는 그 청년이 디펜딩 챔피언인 어니 엘스였다는 것을 알았다.

시스크는 "요즘에는 실력있는 젊은 선수들이 많아 지역 예선 통과하기가 점점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