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재계와 과학계 리더들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전공이나 직무상 문제 해결·국제화 능력 등은 비교적 향상됐지만 창조경제 시대에 필요한 도전정신과 위험을 감수하는 태도, 창의성, 융복합 능력 등은 크게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창조경제 시대에 적합한 인재상으로는 전문가와 경영가적 면모보다 창의적이고 융복합 능력을 갖춘 인재를 꼽았다. ‘스트롱코리아 2013’ 자문단에 참여한 경제단체장, 국회의원, 정부 관계자, 기업 최고경영자(CEO), 대학 총장, 정부 출연연구원장 등 43명의 리더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다.

< 대청중학교의 창의·융합 '스팀(STEAM)교육' > 서울 강남구에 있는 대청중학교에서 허미숙 교사(자연과학부장·가운데)가 학생들과 함께 '힘과 속력' 및 '질량과 속력' 의 관계를 실험하기 위해 투석기를 통해 고무찰흙공을 과녁에 맞히는 창의·융합교육을 하고 있다.
< 대청중학교의 창의·융합 '스팀(STEAM)교육' > 서울 강남구에 있는 대청중학교에서 허미숙 교사(자연과학부장·가운데)가 학생들과 함께 '힘과 속력' 및 '질량과 속력' 의 관계를 실험하기 위해 투석기를 통해 고무찰흙공을 과녁에 맞히는 창의·융합교육을 하고 있다.

○도전정신 50점대 낙제점

각계 리더들은 창조경제 시대에 벤처 창업자에게 필요한 핵심 역량으로 창의성, 도전정신, 비전 및 리더십을 꼽았다. 18가지 세부 역량에 대해 5점 만점으로 중요도를 평가한 조사에서 창의성에 4.93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다음은 도전정신(4.91), 비전 및 리더십(4.72), 직업적 책임감(4.65), 융복합 능력(4.53) 순으로 응답했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이 같은 자질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 묻는 평가에선 낙제점에 가까운 결과가 나왔다. 위험을 감수하는 태도는 2.67점, 인문·사회·문화적 소양은 2.79점, 도전정신은 2.81점, 융복합 능력은 2.93점에 그쳤다.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모두 60점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평가 대상으로 삼은 18개 역량의 전체 평균도 5점 만점에 3.14점으로 낮게 평가했다. 창조경제 시대에 적합한 인재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60.5%가 창의적 인재를 꼽았다. 다음은 융복합적 인재(18.6%), 지도자적 인재(9.3%), 연구자적 인재(7%) 순이었다. 그동안 강조돼온 글로벌 인재(2.3%)와 전문가적 인재(2.3%)라고 답한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다.

설문조사를 공동 진행한 컨설팅업체 트리움의 김도훈 대표는 “창조경제 시대에는 단순 엔지니어가 아니라 기업가를 키우는 게 필요하고 이를 위해 도전정신, 리더십, 융복합 능력 등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한 조사”라고 말했다.

○벤처인 역량이 창조경제 성공 열쇠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에 대한 기대감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벤처 육성과 현 정부의 창조경제 논의에 차이가 있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8.2%가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고 답했다. ‘매우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는 답변도 20.9%에 달했다. ‘별다른 차이가 없다’(18.6%), ‘잘 모르겠다’(2.3%) 등 부정적 응답은 20%선에 불과했다. 조사를 함께 진행한 허은녕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창조경제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를 통해 경제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기대감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벤처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한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당시 벤처 붐 조성 노력에 대해 ‘대체로 성과가 있었다’고 답한 사람이 60.5%로 가장 많았다. ‘매우 큰 성과가 있었다’는 응답도 11.6%에 달했다. ‘그다지 성과가 없었다’(20.9%)와 ‘거의 성과가 없었다’(7%) 등 부정적 답변을 압도한 것이다.

다만 벤처 열기를 오래 이어가려면 창업자들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답했다. 2000년대 초 벤처 생태계 확산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요인을 묻는 질문에 ‘벤처인의 역량 부족’(36.3%), ‘벤처산업의 세계화 미비’(18.2%) 등 기업인 역량 문제를 주로 지적했다. ‘정부 주도의 인위적인 벤처 붐 조성’(27.3%)도 주요인으로 꼽았다. 반면 ‘벤처캐피털의 지원 부족’ 등 자금 문제를 지적한 응답자는 없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