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하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STX그룹 계열사들이 3일 증시에서 동반 급락했다. 대주주가 담보로 잡힌 지분이 시장에 풀려 그룹이 해체될 것이란 우려가 커진 탓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STX그룹 지주사인 (주)STX는 가격제한폭(14.84%)까지 내린 2180원에 거래를 마쳤다. STX중공업(-13.87%) STX조선해양(-13.86%) STX엔진(-12.46%) STX팬오션(-7.69%) 등 다른 상장 계열사들도 급락했다. 우리은행이 (주)STX 담보주식을 처분하겠다고 밝혔다는 소식이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강덕수 STX그룹 회장 측이 자금을 빌리면서 담보로 맡긴 (주)STX 주식 653만주(지분율 10.8%)를 처분하겠다고 관계기관에 통보했다. 하지만 산업은행 등 다른 채권단이 반발하면서 우리은행은 이날 지분매각 방침을 철회했다.

증권사들은 STX 계열사들이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을 이행하지 못하고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매물로 나온 STX팬오션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에 대한 투자의견을 일절 내놓지 않고 있다. STX가 정상화하려면 조선해운 시황이 회복돼야 하는데 그 기간을 버티는 게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STX의 주가가 떨어지고 정상화가 늦춰지면 채권단이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기 때문에 은행주의 주가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