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환급 더 받으려고 변칙 신고"…정유사 "표적조사" 억울
관세청이 정유회사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기획심사에 착수한 것은 매년 2조원가량의 과도한 관세환급금을 돌려받는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현장조사를 끝낸 GS칼텍스에 대해선 지난해 말부터 내사를 벌이면서 면밀하게 과세 논리를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 심사정책국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최근 5년간 과세가격을 누락하고 2년간 관세환급금을 부당하게 환급받은 부분을 조사하고 있다”며 “특히 대규모 관세환급금이 집중 조사 대상”이라고 밝혔다.

○“과도한 관세환급 문제 있다”

관세청은 원유 등 원재료를 수입한 뒤 가공해 수출하는 정유사들이 관세환급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어 세금을 덜 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석유 원재료를 수입하는 정유사들에 그동안 별다른 검증없이 많은 관세를 환급해준 게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정유사들이 수입한 고유황 원유를 각종 석유제품으로 가공해 수출할 때 고유황 제품이 아닌 관세 환급에 유리한 저유황 제품으로 신고하거나 수입한 콘덴세이트(초경질원유)를 원유가 아닌 관세가 면제되는 휘발성 석유류(나프타)로 분류해 신고한 행위에 쐐기를 박겠다는 입장이다.

즉 원재료 성격에 따라 관세를 다르게 매겨야 하는데 정유사들이 관행적으로 환급을 받거나 관세를 덜 내는 물품으로 신고하고 있다는 게 관세청 판단이다. 이번 기획심사에서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대부분의 원재료를 수입하고 종류도 단순한 에쓰오일을 일단 제외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이 지난 3월 말 ‘수입 원재료에 대한 환급방법 조정에 관한 고시’를 제정한 것도 이 같은 편법을 막기 위해서다. 오는 7월부터 2개 이상의 관세율이 적용되는 수입 원재료를 사용해 수출물품을 생산할 경우 각 원재료의 관세율에 따라 관세환급을 받도록 한 것 등이 고시의 골자다.

전체 관세환급금은 2010년 4조187억원, 2011년 4조9576억원, 2012년 5조1469억원 등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정유사들이 수입을 많이 해 수출을 늘릴수록 환급을 더 받을 수 있다.

정유업계에서는 업체별로 수천억원이 부과돼 전체 추징금 규모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사들은 억울함 호소

정유사들은 관세청의 전격적인 기획심사에 대해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추징금이 결정되면 석유협회 등을 통해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할 방침이다. 소송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회사들은 관세청이 문제삼는 수입 원재료 등의 관세환급 신고는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SK에너지 관계자는 “관세청은 수입 원재료 종류별로 관세를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수입 국가와 종류별로 수많은 원재료를 일일이 구분해 신고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명확한 규정이 없어 거의 모든 정유사들이 관행처럼 해오던 것을 갑자기 문제삼아 당황스럽다”고 하소연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아직 심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세부적인 것은 말하기가 어렵다”면서도 “과도한 추징금이 매겨지면 수출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이에 대해 백운찬 관세청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개별 심사에 대해 얘기할 수는 없지만 여러 업종에서 관세가 새는 것을 막겠다는 방침은 확고하다”고 말했다. 관세청은 3월 말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단’을 발족시키고 관세 탈루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